처음 딜 가져온 것은 라임 투자받은 슈펙스비앤피
슈펙스 대표, 이종필과 도주한 심씨와 증권사 동기
이해관계 복잡… "보통의 투자사·피투자사 관계 아냐"

라임자산운용이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1억달러를 대출해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 사업에 처음 관여한 국내 기업은 라임으로부터 투자자금을 유치한 코스닥기업 슈펙스비앤피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매출이 수백억원 수준인 슈펙스비앤피가 캄보디아 리조트 설립 건을 자체 추진하려다가 자금 부담 때문에 라임에 넘겼다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인데, 중간에 라임자산운용의 '아바타(분신)'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라움자산운용이 개입해 있는 등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설명서에는 리조트 부지가 공항 근처라고 돼 있는데 실제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덩그러니 빈 땅만 있는 곳인데, 맨 처음에 어떻게 투자 결정이 내려졌는지 의심된다"고 했다.

홈페이지 캡처

슈펙스비앤피가 지난 2018년 8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그해 5월 라움자산운용과 함께 캄보디아 해외 사업에 착수했다. 슈펙스비앤피는 "당사와 라움자산운용은 유니온디벨롭먼트그룹(Union Development Group)과 해외사업 양수도 합의서를 체결했으며, 회사는 실사보증금으로 1000만달러를 매도회사의 계열사 외르디벨롭먼트(Eure Development)에 지급했다"고 했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유니온디벨롭먼트가 캄보디아 현지 시행사이자 대출을 받은 곳이다. 리조트 개발 건을 직접 추진하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라움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시 슈펙스비앤피가 직접 개발하려던 사업을 라임에 넘기는 과정이었고, 그 와중에 우리(라움자산운용)한테 투자 비히클(vehicle·펀드의 외형)을 맡아달라고 해 진행했던 것"이라며 "당시 라움자사운용은 설립 초기 운용사로, 외부에서 제안이 왔는데 마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라임과 슈펙스비앤피가 캄보디아 개발에 착수한 시점에 양측은 지분 관계를 처음 맺었다. 라임은 2018년 5월 4일 슈펙스비앤피 전환사채(CB) 1197만9782주(17.08%)를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투자와 해외 사업이 동시에 추진된 셈이다.

슈펙스비앤피 반기보고서 중 일부

라임과 슈펙스는 인적 네트워크로 얽혀 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증권사 출신 심모씨와 동반 도주했는데, 슈펙스 윤강혁 대표는 심모씨와 증권사 공채 동기라고 알려졌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두 사람은 동기 출신"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사장은 심씨와 윤씨를 통해 다수의 코스닥 기업 오너 등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멤버 중에는 최근 행방이 묘연한 엔터테인먼트 사업가 이모씨도 있다. 이씨는 엔터업계 큰 손 중 한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동기끼리 서로 좋은 사업을 추천한 관계라고 할 수 있지만, 캄보디아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소한 일반적인 투자사와 피투자회사 간의 관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 "아직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딜에 목돈부터 선뜻 넣는 것은 정상적인 회사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캄보디아 건은 지난해 10월 환매 중지된 라임 플루토 FI D-1호에서 투자했다. 연 금리 13%의 조건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루토 FI D-1호는 환매가 중단된 3개의 모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해 10월 초 기준 자산 규모가 약 97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