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를 겨냥한 게임들의 사전예약과 마케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PC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를 만들었던 개발자들이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이 회사의 리니지 지식재산권(IP)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올 하반기 모바일 게임 신작으로 경쟁에 나선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리니지를 탄생시킨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리니지2 개발에 참여했던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우선 엔씨소프트 설립자인 김택진 대표는 지난 5일 엔씨의 신작 모바일 MMORPG ‘리니지2M’ 기자간담회에 최고개발책임자(CCO) 직함으로 나서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16년 전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2를 공개하면서 과감한 도전 정신과 기술적 진보를 선보인 바 있다"면서 "리니지2M을 통해 리니지2의 개발 정신을 모바일에서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니지2M은 기존 모바일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4K급 풀3D 그래픽과 지역 이동 간 끊기지 않는 심리스 로딩이 특징이다. 또 1만명 이상의 게임 이용자가 동시에 대규모 전투를 펼칠 수 있는 원 채널 오픈 월드(One Channel Open World) 등도 구현했다.
리니지2M에 대한 기대감은 사전예약 건수로 나타나고 있다. 사전예약 시작 18시간 만에 200만건을 넘기더니 닷새 만에 300만건을 넘어섰다. 이는 종전 리니지M이 사전예약 건수 300만건을 경신하는데 걸린 14일보다 짧은 기간이다.
'리니지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동명의 인기 웹소설 IP에 기반한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를 준비하고 있다. 웹소설 달빛조각사는 2013년 카카오페이지에서 디지털 연재를 시작해 누적 조회수 3억2000만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송 대표는 엔씨에서 리니지를 만든 대표적인 개발자다. 이전에는 넥슨에서 ‘바람의나라’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다. 달빛조각사 개발에는 송 대표 외에도 리니지 초기 개발에 관여했던 엔씨소프트 출신의 김민수 이사도 참여했다.
달빛조각사에 대한 관심도 리니지2M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사전예약은 9일 만에 200만건을 돌파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실사 그래픽 대신 동화풍의 3등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달빛조각사가 원작 감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는 자신의 캐릭터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 서비스를 맡은 카카오게임즈는 오는 25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게임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 프로그램 팀장을 역임했던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는 ‘V4’를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07년 엔씨를 떠나 크래프톤(구 블루홀)에서 PC 게임 테라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후 2015년에는 넷게임즈를 설립해 모바일 게임 히트와 오버히트를 출시해 흥행시켰다. 이후 차기작이 V4다. 넷게임즈는 넥슨의 자회사로, V4 서비스는 넥슨이 맡게 된다.
V4 역시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대규모 전투 환경을 구축해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 게임 플레이 화면을 그대로 담은 V4 원테이크 플레이 영상은 지난 3일 공개된 이후 5일 7시간만에 조회수 1000만건을 넘어섰다. 이는 유튜브 기준 국내 게임 영상 중 최단 기간 기록이다. 넥슨은 오는 27일 게임 이용자 등을 초청해 V4 쇼케이스를 갖고 게임 정보 및 향후 일정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 3개 게임은 아직 출시일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 정식 출시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게임이 사전예약 200만건을 넘기고 동영상 조회수 신기록을 세우는 등 역대급 사전예약 경쟁을 펼치면서 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와 카카오게임즈, 넥슨 입장에서는 별다른 흥행 신작들이 없던 상황에서 이번 작품들에 거는 기대감이 클 것"이라며 "이들 신작 경쟁은 게임사뿐 아니라 개발자들 입장에서도 올해 하반기 모바일 MMORPG 시장에서의 진검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