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반도체 전문가가 '스타트업 사관학교' 세운 이유가...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19.03.16 06:00

    엔비디아, 브로드컴, 필립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전자 기업에서 30여년간 일했던 이용덕(사진) 드림앤퓨처랩스 캡틴이 올해 2월 스타트업 아카데미를 차렸다. 15일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드램앤퓨처랩스 본사에서 만난 그는 상주하는 12개 스타트업과 외부의 28개 기업을 멘토링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용덕 엔비디아코리아 전 지사장이 회사를 관두고 스타트업 아카데미를 세운다는 뜻을 전한 건 지난해 10월쯤이다. 13년 가까이 엔비디아의 한국 사업을 총괄해온 그의 사임이 당황스러웠던 것은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 CEO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그의 사임을 만류하기도 했다.

    이용덕 드림앤퓨처랩스 캡틴. /황민규 기자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갑작스럽게 스타트업 육성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용덕 캡틴은 "그냥 후배들을 멘토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실제 드림앤퓨쳐랩스에 소속된 스타트업들은 실제 그가 강연, 교육 등을 통해 만나게 된 ‘멘티’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현재 멘토링하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들과 관계를 맺은 건 10여년전이다. 이용덕 캡틴은 "우리나라에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해지기 시작한 10여년전부터 학교, 기관 등에서 강연이나 교육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이 맺어진 학생들을 멘토링하기 시작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친구들이 스타트업으로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에 대한 멘토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드램앤퓨처랩스를 설립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스타트업이 좀처럼 생존하기 힘든 국내 생태계의 현실적 조건과 맞닿아있다. 그는 "기술과 재능을 갖추고도 결국 사업에 실패하는 스타트업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기술은 있지만 경영 측면에서 무지하고, 엑셀러레이팅이 아니라 단순히 돈만 투자하고 끝나는 투자 생태계의 문제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허, 영업, 시장개척 등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전체적인 부분에서 교육과 자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드림앤퓨처랩스는 스타트업을 위한 성장 인프라 제공을 위해 400여명의 자문단을 구성하고 있다. 기술 부문에서는 대학교 교수와 기업인 등을 포함한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도 이 중 하나다. 비즈니스·인프라 부문은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등 법적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하며 이외에도 투자자, 대기업 퇴임 임원 등이 필요할 때마다 멘토링에 나선다.

    중견 기업과의 자매결연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내 수많은 중견기업들은 대부분이 3차산업 비즈니스에 머물러 있는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적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싶어한다"며 "기술적 연관성이 높은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1대1 결연 방식으로, 스타트업은 기술을 제공하고 중견기업은 시드머니와 사업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의 협력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앤퓨처랩스 소속 기업들 중에는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한 스타트업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현금보상기반 피트니스 게이밍 플랫폼을 만든 스프라이핏(Spryfit)은 이미 미국 뉴욕 등지에서 8만여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우뭇가사리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한천을 파는 리빙진은 아마존 진출 2년 만에 젤리 분야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용덕 캡틴은 앞으로 3년간 소속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해 선순환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드림앤퓨처랩스를 설립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은 사무실을 무료로 임대해주기도 했다"며 "2023년말에는 1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서 300여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는 규모로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