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래픽의 문찬종 대표는 아직도 1년 전 프랑스 철도청 관계자와의 대화가 생생하다. 베를린 철도전시회에 방문했던 프랑스 철도청 관계자는 에스트래픽의 기술에 감탄하며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프랑스 철도청 관계자는 에스트래픽의 스크린도어(VPSD)를 보고 “고객들의 안전과 자살 방지 등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었다”고 기뻐했다. 파리 내 지하철에서 자살 사건, 안전사고 등 문제가 많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어서 손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프랑스 철도청이 눈여겨본 기술은 에스트래픽과 교통연구원이 개발한 위·아래로 열리는 스크린도어다. 같은 크기의 열차가 멈추는 한국과는 달리 유럽에는 지하철, 기차, 고속철도가 모두 들어와 스크린도어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착안해 만든 기술이다.

에스트래픽은 프랑스 철도청과 지난 10월 프랑스 방부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계약했다. 내년 3월 설치 완료 후 6개월간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프랑스 내 10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발주를 추가 계약할 가능성이 있다.

28일 에스트래픽 본사에서 만난 문찬종 대표.

문 대표는 “과거 우리나라는 고속도로, 지하철 등 교통 시스템을 구축할 때 외국에 기술을 요청했지만, 이제는 철도종주국 프랑스에 인정받는다는 기술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에스트래픽은 프랑스 외에 다른 유럽국가들도 기술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금까지 해외 매출이 없었지만, 올해를 원년으로 해외 매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삼성 SDS에서 나와 시작한 사업…기술력 바탕으로 성장세

에스트래픽은 도로, 철도 등 교통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코스닥시장에 12월 5일 상장한다. 주요 사업은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 개발·설치, 교통정보 센터 구축,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통신 시스템 개발 등이다.

에스트래픽은 1991년 삼성전자의 도로교통 사업으로 시작했다. 1998년 삼성SDS로 이관된 후, 2013년 관련 기술과 특허권 등 도로 및 철도 교통사업을 가지고 독립한 기업이다. 당시 삼성이 금융, 국방, 공공서비스, 교통 사업 등에서 철수를 결정하자, 직원들이 사업권을 요청해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도, 인력도 있었지만 에스트래픽을 시작하기는 마냥 쉽지 않았다. 대기업을 나와 중소기업으로 가는 것은 도전이었다. 당시 교통인프라사업 팀장을 맡았던 문 대표는 “삼성 SDS가 교통부문 사업을 정리하자 서른 명이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구조조정도 아니었던 데다 창업을 한다고 하자 자녀들까지 퇴사를 반대할 정도였다.

문 대표와 직원들 모두 ‘미래를 모르니 일단 해보자’고 마음먹고 사훈도 없이 일부터 시작했다.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한 만큼, 눈 돌리지 않고 업무에만 집중했다. 과거 삼성 협력 기업 대부분은 에스트래픽의 기술력을 보고 다시 연을 맺었다.

에스트래픽의 첫해 매출액은 13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890억원까지 증가했다. 1인당 매출액은 11억원으로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돈다. 문 대표는 “설립 이후 기술 개발을 통해 매년 경영목표를 초과달성했다”며 웃음 지었다.

◆ 교통솔루션 분야 독보적 지위...도로 요금징수시스템 1위 기업

에스트래픽은 도로 부문에서 요금징수 시스템과 지능형 교통체계 시스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자랑하고 있다.

에스트래픽의 국내 기계식 요금징수시스템(TCS) 시장 점유율은 80%, 하이패스 시장 점유율은 50% 정도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하이패스 산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규 솔루션인 스마트톨링 부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마트톨링은 최대 주행속도 160km로 통과해도 자동으로 통행료가 부과되는 시스템이다. 차가 멈춰설 필요가 없어 톨게이트 영업소와 구조물이 불필요하다.

스마트톨링과 기존 요금소 비교.

정부도 호의적인 입장이다.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속도를 줄이는 현재 시스템은 고속도로 지체를 유발하고, 사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국 350개 톨게이트에 스마트톨링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에스트래픽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신대구~부산, 천안~논산 고속도로 요금소에 6기의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남해 고속도로의 서영암과 남순천 톨게이트에 스마트톨링 요금시스템을 설치했다.

에스트래픽은 철도 부문에서 철도 신호와 통신시스템, 역무자동화설비, 교통카드 시스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철도 부문에서는 차세대 철도 전용 무선통신시스템(LTE-R)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에스트래픽은 세계 최초로 LTE-R 차상장비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김포 도시철도 LTE-R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LTE-R은 4세대 이동통신 (LTE) 기술을 철도통신에 접목한 것으로 열차 간, 열차와 관제센터 간 대용량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 철도의 통신 환경은 2G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승객들이 기차에 앉아 동영상도 보고, 게임도 맘껏 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대비...스마트 시티·전기차 충전소 준비

에스트래픽은 4차산업혁명 관련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 건설과 자율주행차 시대에 걸맞은 교통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문 대표는 “현재 지능형 교통시스템(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은 전광판에 도로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게 전부지만, 통신기술(웨이브)을 발전시켜 차량끼리의 통신과 도로-차량 간 통신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트래픽은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마련하고 있다. 연내 25개 정도의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최종적으로 300개 이상 급속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전기차 발전을 위해서는 운전자들이 편리한 장소에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전기차 충전소 운영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트래픽은 자회사를 통해 데이터 관련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문 대표는 “지하철과 고속도로에서 요금 징수 사업을 기반으로 승객들의 이동 흐름, 이동량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광고, 빅데이터 등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스트래픽은 공모자금을 스마트톨링 시스템 개발을 비롯한 개발비용과 서울시 신교통카드 시스템 구축비 등 시설자금에 사용할 예정이다. 에스트래픽은 최근 서울지하철 2기 교통카드 구축사업에서 10년간 사업을 이어온 LG CNS를 경쟁에서 이기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에스트래픽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605.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1만원으로 확정됐다.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은 1128.18대 1을, 청약증거금은 약 2조4030억원을 기록했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46억2800만원

▲주요주주(공모 후 기준): 문찬종(11.78%). 이재현(11.02%), 신기태(1.91%), 우창섭(1.91%), 임탁규(1.91%)

▲상장후 유통가능 물량: 상장예정주식수 11,850,592주(전환우선주 400,000주 포함, Refixing 미반영) 중 41.08%에 해당하는 4,868,350주

▲미래에셋대우가 보는 투자 위험

-동사의 전방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인 국내 도로 및 철도시장으로서 국가 정책 및 예산집행 계획에 따라 매우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SOC 예산비중 축소가 장기화되면서, 사회간접자본으로서의 성격보다 투자논리가 선행되는 민간자본 발주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우, 외부환경 악화에 따라 동사의 매출규모나 이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존재합니다.

-당사의 주요 매출처는 한국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등으로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SI 수주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당사의 매출은 상반기에 약 30%, 하반기에 약 70%를 나타내는 계절성이 존재하며, 분기별 이익률 편차 또한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종속회사 에스티전기통신(주)의 경우 LTE-R 관련 사업발주의 지연으로 설립 이후 현재까지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2017년 상반기말 현재 완전자본잠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시장의 개화 또는 사업 시행이 지연됨에 따라 예상했던 매출이 달성되지 못할 경우 영업성과 개선은 지연될 수 있으며, 종속회사의 실적이 악화될 경우 당사의 수익성 및 재무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해외솔루션업체와의 협업이 중요한 철도신호제어시스템 사업에서, 이와 같이 협력사와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신규 수주 건에 대해 사업이 축소되는 등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향후 당사의 철도신호제어 관련 신규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