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G2 행사가 실패로 끝나자 인터넷 누리꾼이 마치 영화 '월드워Z'처럼 좀비들이 몰려든 것 같다며 만들어 올린 패러디물

LG전자(066570)가 95만원 상당의 고급 스마트폰을 공짜로 나눠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가 20여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공짜로 나눠준다'는 말로 소비자의 심리를 부추기면서 홍보 효과를 노렸지만, 오히려 고급 제품에는 어울리지 않은 '삼류 마케팅'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9일 오전 서울 난지공원에서 '하늘에서 G2가 내린다면'이란 주제로 G2 스마트폰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LG전자가 신형 G2 휴대폰 교환권을 매달은 풍선 100개를 하늘에 띄운 뒤, 나중에 풍선이 떨어지면 교환권을 확보한 사람에게 휴대폰을 증정하는 행사였다.

그러나 난지공원 행사장에는 아침부터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때문에 풍선을 하늘에 띄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교환권을 낚아채려는 사람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결과 풍선이 하늘에 날아가기도 전에 사람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고성이 오가고 일부는 넘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20여명의 참가자들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참가자 수가 더 늘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G2 풍선이벤트관련채널IT영상)

이번 행사를 두고 LG전자가 고급 스마트폰을 공짜로 나눠주는 '무리수' 마케팅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풍선에 헬륨 기체가 들어간 만큼, 풍선을 일단 띄우면 최대 5km까지 날아가다가 터져 바닥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드시 난지공원에 머물지 않더라도 근접한 지역 내에 있으면 교환권을 줍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단순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전날부터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95만원 상당의 G2 스마트폰을 공짜로 얻어갈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LG전자 측은 사고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이날 난지공원에 있던 진행요원은 20여명에 불과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마케팅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이벤트는 적은 비용으로 홍보 효과만 극대화한 점에서 입소문(바이럴) 마케팅 전형적인 사례"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LG G2

이는 실제로 100개의 교환권을 풍선에 매달아 날렸지만 이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회수돼 실제 스마트폰과 교환되는 비율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G2 단말기 가격이 95만원이고, 500대 가격을 합하면 약 5억원 상당을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회수되는 쿠폰이 극히 적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는 적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실제로 단말기를 뿌린 게 아니고 교환권을 뿌렸고, 회수율이 5~10%밖에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품 이름은 널리 알려졌겠지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이벤트가 프리미엄 제품을 추구하는 고가 제품에 어울리지 않은 3류 마케팅적 발상에서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 A교수는 "가격이 100만원에 이르는 첨단 고가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껌이나 라면 같은 저가 상품을 파는데 사용하는 공짜 이벤트를 진행한 것을 보면 LG전자 조직에 럭셔리 명품제품 마케팅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LG전자는 앞서 해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달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글로벌 출시 행사까지 여는 G2폰에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할 줄 아는 임직원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국마케팅학회 관계자는 "값비싼 제품을 무상으로 소비자에게 나눠주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항상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무모한 마케팅을 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LG전자 안팎에서는 이번 일이 어느 정도 예고된 사태라는 말이 나온다. LG전자는 G2 이전 제품인 옵티머스G, 옵티머스G프로로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국내외 판매량이 저조해, L시리즈, F시리즈 등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점유율을 늘리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모바일사업부를 비롯한 LG전자 마케팅 역량의 상당 부분을 G2 띄우기 사활을 걸었다.

LG전자 관계자는 "G2가 이번에 망하면 LG전자가 망한다는 사고가 내부적으로 상당히 팽배한 상황에서 벌어진 예고된 사태"라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마케팅 방법도 차분히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