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사는 새들은 진드기를 쫓기 위해 향이 강한 식물을 둥지 안쪽에 덧댄다. 그럼 도시에 사는 새들은 어떻게 할까. 대안은 담배꽁초였다. 멕시코 과학자들이 참새나 핀치처럼 도시에 사는 새는 담배 필터에 남은 니코틴 성분으로 진드기를 쫓아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멕시코 자유대 생태학과 교수들이 멕시코시티에 사는 참새와 핀치 둥지를 조사했더니 둥지마다 평균 10개의 담배 필터가 발견됐다. 필터의 섬유소는 둥지를 추위로부터 막아주는 훌륭한 단열재가 된다. 새 둥지에서 나뭇가지 외에 천 조각이나 종이가 발견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연구진은 둥지의 필터에 한 가지 기능이 더 있다고 생각했다. 해충을 쫓는 자가치료 수단이다. 실제로 담뱃잎은 진드기를 쫓는 성분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학 구내에 있는 참새 둥지 27곳과 핀치 둥지 28곳에 진드기를 잡는 끈끈이 덫을 설치했다. 동물의 몸처럼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진드기를 유인하기 위해 덫에 작은 히터도 달았다. 한쪽 덫에는 담배꽁초의 필터를, 다른 쪽에는 피우지 않은 담배 필터를 뒀다. 20분 후 둥지를 확인해보니 피우지 않은 담배 필터 쪽에 2배나 많은 진드기가 잡혀 있었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필터에 남는다. 참새는 니코틴으로 진드기를 쫓아낸 것이다.
연구진은 "식물로 해충을 쫓던 새가 도시에서 담배 필터를 쓰는 방향으로 적응한 것"이라며 "필터에 남은 발암 성분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는 없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왕립학회가 발간하는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지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