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야생동물 항공기 충돌 데이터베이스인 에비슈어(AVISURE)에 따르면 1912년 이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bird strike)로 인한 대형사고 사망자는 795명이다. 조류 충돌은 북반구에서 철새가 겨울을 나기 위해 이동하는 시기인 가을 8월 말에 집중됐다. 남반구에서도 역시 가을인 4월 초에 집중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계속 오르면서 철새의 이동과 번식 시기가 바뀌고, 겨울철 조류 충돌 발생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에비슈어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조류 충돌로 일어난 대형 사고로 지난 100여년간 여객기 탑승자 512명, 군인 283명이 숨졌다. 사고 항공기 수는 여객기가 172대, 군용 전투기가 506대다. 이로 인한 재산 피해는 매년 수십억달러(약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전 세계 항공산업과 군 당국은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큰 봄, 가을에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런 대응에 혼란을 야기했다.
티르스 바이슈나브(Tirth Vaishnav) 뉴질랜드 웰링턴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9월 국제 학술지 ‘생태학 솔루션 및 증거’에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일어나는 조류 충돌의 계절에 따른 빈도를 발표했다. 바이슈나브 교수는 “가을에 조류 충돌 사고가 정점을 찍는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조류 충돌의 계절적 추세는 조류의 번식과 이동 형태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조류 충돌을 연구한 논문과 뉴스 보도를 분석해 전 세계 16개국, 122개 공항에서 발생한 사고의 발생 시기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시기는 북반구에서는 8월 말, 남반구에서는 4월 초로 나타났다.
조류 충돌 사고가 특정 시기에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새의 번식과 이동 시기로 조사됐다. 북반구에서 8월 말은 새로 태어난 새가 집중적으로 비행을 시작하는 시기다. 철새가 고위도 지역에서 여름을 보내고 겨울을 나기 위해 적도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는 철새가 고위도 지역에서 여름을 나고 4월이면 겨울을 보내기 위해 저위도 지역으로 이동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새의 번식과 이동 시기가 바뀌면서 조류 충돌 사고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철새가 월동(越冬)을 위해 이동하는 시기는 점차 늦어지고 있다. 반대로 여름을 나기 위해 적도 지역에서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는 철새의 이동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큰 시기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생태학자들은 저류 충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생태학 연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철새가 100종 이상 머무는 한반도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한국에 머물다가 겨울을 나러 동남아 지역으로 이동하던 철새들은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자 더 이상 이동하지 않고 텃새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겨울철 한국에 서식하는 새가 많아져 조류 충돌 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 바이슈나브 교수는 “조류 충돌에 대한 예측은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새와 철새의 행동 패턴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바뀐 이동 시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Ecological Solutions and Evidence(2024), DOI: https://doi.org/10.1002/2688-8319.12384
Scienctific Reports(2019), DOI: https://doi.org/10.1038/s41598-019-542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