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남 함양군 백전면의 벚나무에 밤새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연합뉴스

최근 서울과 수도권 동부 지역에서 만개한 벚꽃 위로 눈이 내리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서울에서는 1907년 관측 이래 가장 늦은 눈이 관측됐고, 강원 산지에는 3~8㎝가량의 눈이 쌓였다.

15일 기상청과 과학계에 따르면 이번 눈의 원인은 절리저기압이다. 절리저기압은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던 상층 제트기류의 일부가 끊겨 저기압이 남하하다가 고립된 것이다. 이 현상은 지상과 상층 간의 기온 차를 극대화해 대기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 결과, 비와 눈, 돌풍, 우박 등 다양한 기상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절리저기압은 자연적인 대기 현상으로, 지구온난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절리저기압의 발생 시기와 위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베게너 센터 연구진은 지난 2월 기후변화가 절리저기압의 계절성과 지리적 분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18개의 기후 모델에서 6시간 간격으로 생성된 날씨 데이터를 분석해 절리저기압의 경로와 발생 강도를 추적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절리저기압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글러스 마라운 베게너 센터 연구원은 “북위 40도 이북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절리저기압이 이전보다 더 이른 시기에,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캐나다, 북유럽, 시베리아, 중국 등은 봄철 집중호우와 장기간의 강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상이변 사례들을 보면 절리저기압의 영향력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장마 기간 동안에는 절리저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9개 지점에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서울, 인천, 수원에서 11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서울에는 하루 동안 28.6㎝의 눈이 쌓였고, 이는 기상 관측 이래 11월 기준 적설 깊이 최고치를 갈아 치운 기록이었다. 이 역시 절리저기압이 찬 공기를 머금고 정체하면서 서해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만나 눈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한 결과였다.

지난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18.6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1.3도나 높았다. 특히 9월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3.2도 높아, 고온 현상이 바다에서도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해수면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대기로 공급되며 강수량과 폭설 등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마라운 연구원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재난으로 번지느냐는 홍수 방어 인프라와 조기경보 시스템에 달렸다”며 “생태 복원과 같은 구조적 대응뿐 아니라 기후 변화에 기반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2025), DOI: https://doi.org/10.1038/s43247-025-020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