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로봇 손가락에도 고유한 지문을 부여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들이 협업하는 ‘로봇 분업 시대’에 인공 지문으로 서로를 식별하고 소통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화학과의 심교승 교수 연구팀이 사람 지문보다도 더 고유한 주름 패턴을 생성하는 손가락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미국 휴스턴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은 고무처럼 유연한 고분자를 자외선과 오존으로 화학 처리해 전자 피부를 만들었다. 여기에 용매를 떨어뜨려 표면을 부풀린 뒤 고속 회전으로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매번 다른 모양의 인공 지문을 생성했다. 이 때 같은 주름의 지문이 생길 확률은 10⁻⁴³(1㎟ 기준)로 거의 0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사람 지문이 같을 확률(64억분의 1)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인공 지문이 일반적인 지문 센서로도 감지되고, 수분이나 열 등 외부 환경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는 인공 지문에 로봇 고유의 전기 신호를 결합하는 이중 인증 기술 등이 로봇 고유 식별과 보안 인증 수단으로 개발되고 있다. 로봇이 분업할 때 상대를 구별하거나, 로봇 군단에서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는 데 폭넓게 쓰기 위한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스타트업 ‘피겨AI’는 주방에서 식료품을 정리하는 로봇 2대의 협업 영상을 공개했다. AI 로봇들이 스스로 역할을 나누고 소통하며 일하는 모습을 시연한 것이다. 앞으로 로봇의 수가 급증할수록 인공 지문 등 고유 식별 기술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 지문 기술은 간단한 공정을 통한 저비용 대량 생산이 가능해 다양한 첨단 산업에 응용할 수 있다”며 “AI 로봇에 이식한 인공 지문으로 고유 식별이 가능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