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 과정의 대부분을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진행해 성공적으로 아기를 출산한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이 같은 방식이 시험관 아기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영국 과학 전문 매체 ‘뉴 사이언티스트’는 미국 생명공학 스타트업 ‘컨시버블 라이프 사이언시스(Conceivable Life Sciences)’가 시험관 아기 시술의 자동화에 성공했다고 10일 전했다. 시험관 시술의 대부분을 로봇과 AI로 진행한 첫 사례다.

이 회사의 책임 연구원이자 생식 생물학자인 자크 코언(Cohen)과 연구팀은 한 부부와 함께 로봇 기술과 AI를 활용한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다.

시술에 참여한 남편의 경우엔 정자 운동성이 낮은 편이었고, 아내는 난자 생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연구팀은 기증받은 난자로 시험관 수정을 진행했다. 이때 건강한 난자와 정자를 선별하는 과정에 AI 판독 기술을 사용했고,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고 배양하는 과정엔 로봇 기술을 활용했다. 난자 세포에 정자를 주입할 때 로봇 바늘을 썼고, 배아를 액체 질소로 얼려 보관할 때도 로봇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사람보다 AI가 건강한 난자와 정자를 판별하는 데 있어 높은 정확도를 보였고, 난자 세포에 정자를 주입할 때도 로봇이 사람보다 정밀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수정률과 출산율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기증받은 8개 난자 중 5개를 AI와 로봇으로 수정했으며, 3개는 기존의 수작업 방식(ICSI)으로 했다. 이후 AI 판독술로 가장 건강해 보이는 배아 2개를 골라냈는데, 이는 모두 AI와 로봇 기술로 수정·배양된 것이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중 1개가 착상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다만 아기의 성별과 태어난 시기를 공개하진 않았다.

의학계는 이번 시도가 앞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되려면 더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봤다. 영국 런던대 생식과학연구소의 조이스 하퍼 교수는 “흥미로운 시도”라면서도 “다만 더 큰 규모의 임상 실험 및 검증을 거쳐 효과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