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테크 기업인 구글과 소프트뱅크가 양자컴퓨터 투자를 위해 손을 잡았다. 두 회사가 주목한 건 ‘중성 원자’라는 새로운 방식의 양자컴퓨터다.
13일 미국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큐에라(QuEra)’는 구글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억3000만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큐에라 기업가치는 유니콘의 기준점인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넘겼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에 대해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5~10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과 소프트뱅크의 연합 만큼이나 주목 받은 건 큐에라의 양자컴퓨터 기술이다. 구글은 이미 자체적으로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큐에라는 중성 원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구글의 선택이 주목 받는 이유다.
큐에라는 하버드대와 MIT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중성 원자 기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를 사용해 루비듐 원자를 포획하고, 전자의 에너지 상태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계산을 수행할 때 특정 원자를 레이저로 자극해 전자의 에너지 수준을 높이면 주변 원자와 전기적 상호작용을 하며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 양자 컴퓨터 기술은 초전도 큐비트(Superconducting qubit) 방식과 이온 트랩(Ion Trap)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식은 초저온 냉각 기술이 필요하고, 큐비트 확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중성 원자 방식은 물리적으로 안정적이고, 대형 냉각 시스템 없이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현재 중성 원자 방식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는 기업은 큐에라 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 미국 버클리에 위치한 아톰 컴퓨팅(Atom Computing), 콜로라도의 인플렉션(Infleqtion), 프랑스의 파스칼(Pasqal) 등이다. 이들은 수백 개의 큐비트를 갖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며, 향후 수만 개의 큐비트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 장벽 넘은 중성 원자 방식, 상용화까지 남은 과제는
중성 원자 방식은 오랫동안 큐비트 간 상호작용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초전도나 이온 트랩 방식과 비슷한 수준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특히 양자 오류 수정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자 상태는 매우 불안정해 쉽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데, 큐비트가 99% 이상의 확률로 안정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면 여러 개의 큐비트를 활용해 오류를 보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빠른 레이저 펄스와 강력한 빔을 활용해, 중성 원자 기반 양자 컴퓨터의 연산 정확도를 99% 이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중성 원자 방식이 기존 초전도 및 이온 트랩 방식과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웬차오 쉬(Wenchao Xu)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엄청난 돌파구가 마련됐으며, 학계와 산업계에서 중성 원자 방식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성 원자 방식은 기존 기술보다 확장성이 뛰어나다. 원자는 레이저를 이용해 대량으로 포획,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큐비트 수를 늘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원자의 배열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어 큐비트가 고정된 기존 시스템보다 더 효율적인 연산 방식을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레이저 트랩에서 원자가 이탈하는 문제와 연산 중 원자의 이동으로 인해 계산 속도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성 원자 방식이 산업 주류로 자리 잡기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웬차오 쉬 교수는 “중성 원자 방식이 최종적으로 양자 컴퓨팅의 승자가 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현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큐에라의 공동 창립자인 미하일 루킨(Mikhael Lukin) 하버드대 교수는 “중성 원자 방식의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이고 있으며, 이제야 많은 사람들이 그 가능성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5-004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