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80세 연령대의 10명 중 1명꼴로 몽유병의 일종인 ‘렘수면행동장애’의 전 단계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속에서 하는 행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나타나거나, 근육의 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수면장애를 말한다. 이 두 가지 증상 중 하나만 나타나는 것을 렘수면행동장애 전단계로 본다.
분당서울대병원 윤창호·이우진 신경과 교수와 고려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는 23일 50~80세 국민을 대상으로 수면검사를 실시한 결과 렘수면 행동장애 전단계를 겪는 사람이 15.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람은 평소 잠을 자는 동안 깊은 잠(비렘수면)과 얕은 잠(렘수면) 상태가 번갈아 나타난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뇌파가 활성화해 꿈을 생생하게 꾸지만 근육이 이완돼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몸은 마비 상태에서 뇌에서는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렘수면행동장애를 겪는 환자는 뇌파가 활성화한 상태에서 근육이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꿈을 꾸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이상행동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중 약 73.5%가 12년 이내에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치매, 루이소체치매, 다계통위축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렘수면행동장애 전단계인 사람도 이런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연구진은 렘수면행동장애 또는 렘수면행동장애 전단계를 겪는 환자가 얼마나 많고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 50~80세 장년과 노년층 1075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와 렘수면행동장애 선별검사 설문지(RBDSQ), 전문의 병력 청취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분석 대상 가운데 렘수면행동장애를 겪는 사람은 1.4%로 나타났다. 전단계를 겪는 사람은 15.9%로 10명 중 1~2명꼴로 나타났다. 또 12.5%는 근육의 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고 3.4%는 꿈속에서 하는 행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렘수면행동장애 전단계인 환자가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렘수면무긴장 소실과 꿈 행동화 사이에 상관관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두 증상 간 임상적인 특징이 매우 다르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각 증상에 대해 별도로 관리를 한다면 렘수면행동장애 전단계에서 렘수면행동장애와 주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창호 교수는 “지역 사회 코호트를 기반으로 일반 인구에서 렘수면행동장애와 그 전단계의 비율과 특성을 밝혀낸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라며 “향후 렘수면행동장애 전단계에서 렘수면행동장애와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측하는 인자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질병을 선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진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가 의심된다면 수면 전문의를 만나 적절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수면의 질을 회복하고, 신경퇴행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eurology(2023), DOI: https://doi.org/10.1212/WNL.0000000000207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