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오스코텍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회사가 제노스코의 상장을 추진하는 데 대해 항의하며, 이날 핵심 안건인 김정근 대표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과반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안건은 전체 의결권 60.68%(2321만279주) 가운데 40.52%로 부결됐다./오스코텍 주주연대

김정근 오스코텍(039200) 대표가 해임됐다. 자회사 제노스코의 ‘쪼개기·중복 상장’ 논란으로 뿔난 소액주주들의 저지에 김 대표의 연임이 무산됐다.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열린 오스코텍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회사가 제노스코의 상장을 추진하는 데 대해 항의하며, 이날 핵심 안건인 김정근 대표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과반 이상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60.68%(2321만279주)이 참여했으며, 이 중 40.52%가 해당 안건에 반대해 부결됐다. 김 대표는 오스코텍의 창업자로 오는 28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는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다. 렉라자는 임상 3상 시험에서 현재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우수한 효과를 입증하면서 국산 신약으로 첫 블록버스터(글로벌 매출 1조원)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레이저티닙을 기술이전받은 유한양행(000100)은 2018년 미국 존슨앤드존슨(J&J)에 다시 기술수출했다. 이에 따라 J&J는 렉라자 매출의 일정액인 로열티(경상 기술료)를 유한양행에 60%, 오스코텍·제노스코에 각각 20%씩 지급한다.

오스코텍 경영진과 소액주주 간 분쟁은 회사가 자회사 제노스코의 별도 상장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향후 제노스코의 연구개발(R&D) 성공을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김 대표는 이날 안건 표결에 앞서 진행한 성과 보고에서 “지난해 레이저티닙의 미국 승인으로 사업화를 시작했고, 올해 유럽, 일본 허가 등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계속 들어올 예정”이라며 “면역혈소판감소증은 2상에서 효능 데이터를 확보해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고형암 치료제는 1상 환자 투약을 완료하는 등 의미 있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여러 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주들은 제노스코 상장을 ‘편법 증여’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지금까지는 렉라자 수익이 고스란히 오스코텍 주식 가치로 반영됐지만, 제노스코가 상장하면 수익을 반씩 나눠 가치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정근 대표의 아들이 제노스코 지분을 10% 이상 보유해, 상장 시 김 대표가 큰 사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편법 증여라는 말도 나왔다.

오스코텍 주주들은 이날 연임 저지를 위해 주주 행동 플랫폼인 ‘엑트’에서 지분 약 15.15%를 모았다. 반면 오스코텍 현 경영진 측 지분은 최대주주인 김정근 대표 지분(12.46%)을 포함해 총 12.84%에 그쳤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오스코텍 이사회는 오늘 주주들의 의지를 봤으니, 즉각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제노스코의 상장을 철회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가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정기주총에서 안건 표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오스코텍 주주연대

제노스코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A, AA’로 만점을 받아 사장 승인 가능성이 높았다. 앞서 오름테라퓨틱(475830)은 기술성 평가에서 제노스코보다 낮은 ‘A, BBB’ 등급을 받았지만 3개월 만에 거래소로부터 상장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주총에서 사실상 주주연대가 승리한 만큼, 제노스코의 상장예심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아직 오스코텍은 상장 철회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거래소도 제노스코의 상장예심 결과를 5개월 넘게 내리지 않고 있어, 쪼개기·중복 상장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