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사 로슈(Roche)의 독립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은 지난 3일(현지 시각) 혈전 용해제 ‘티엔케이스(TNKase, 테넥테플라제)’가 성인 급성 허혈성 뇌졸중(AIS)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FDA가 30년 만에 새로 승인한 뇌졸중 치료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병으로 바로 사망에 이르거나 심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중증 응급질환이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뇌졸중 발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30년 만에 새 치료제가 나올 정도로 치료제 개발은 더딘 상태다.
그 이유는 뇌졸중의 특성 때문이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골든타임 내 치료가 이뤄져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치료제도 시간 내 투여해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가 뇌졸중 발병 후 사망과 장애 등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으나 임상시험에서 안전성,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투약 시간 60분에서 5초로 줄여
30년 만에 FDA 관문을 통과한 티엔케이스는 혈관을 좁히거나 막아 혈류를 방해하는 혈전(血栓)의 주성분인 ‘피브린(fibrin)’을 분해해 혈액 흐름을 회복시킨다. 뇌졸중 증상 발현 후 3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티엔케이스는 지난 2000년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혈전용해제로 FDA 승인을 받았는데, 이번에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로 범위를 늘린 것이다. 캐나다 소재 22개 뇌졸중센터에서 1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허가를 받았다.
티엔케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획기적으로 투약 시간을 낮춘 것이다. 기존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 악티바제(ACTIVASE)도 제넨텍이 개발했다. 악티바제는 정맥 투여를 완료하는 데 60분이 걸렸다.
반면 티엔케이스는 5초면 정맥주사 투여를 완료할 수 있다. 그만큼 후유증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제넨텍은 이번 승인에 맞춰 새로운 25㎎ 바이알 제형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제약사도 뇌졸중 치료제 임상 진행
국내에서도 뇌졸중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지엔티파마는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 ‘넬로넴다즈’을 개발 중이다. 곧 2차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넬로넴다즈는 뇌졸중 후 뇌 신경세포의 사멸을 방지하는 다중표적 뇌 신경세포 보호 약물이다. 염증성 대식세포에서 뇌세포 간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신경 수용체 활성을 억제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해 뇌졸중 후 뇌세포 사멸의 원인인 신경독성과 활성산소독성을 차단하는 원리다.
신풍제약(019170)은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 ‘SP-8203(오탑리마스타트)’의 국내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제일약품(271980)도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 JPI-289를 개발 중이다. 이는 허혈(Brain Ischemia)로 인한 DNA 손상·신경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PARP 효소를 저해하는 원리다.
뇌졸중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연구도 잇따른다. 국내 기업 셀레브레인은 뇌종양, 뇌졸중 등 뇌 질환을 대상으로 줄기세포에 기능성 유전자를 탑재한 유전자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비영리 생명의학연구소인 글래드스톤 연구소(Gladstone Institutes)와 일본 재생의학 기업 산바이오(SanBio)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세포 치료법이 허혈성 뇌졸중 후 정상적인 뇌 활동 패턴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확인한 연구 논문을 국제 학술지 ‘분자 치료(Molecular Therapy)’ 2월호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