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전야 기조연설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경우 발표 현장 내부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시장 패권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자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앞세워 헬스케어 분야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는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치료용 단백질을 설계하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엔비디아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이루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세계의 사물을 가상세계에 똑같이 구현한 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예측하고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문 부사장은 13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 바이오 투자 행사인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세계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이자 임상 연구 서비스 회사인 아이큐비아(IQVIA), 유전체 분석 기업 일루미나, 미 의료기관 메이요클리닉, 연구기관 아크 인스티튜트 등 4개 기업·기관과 데이터, 기술 활용 등과 관련해 협업한다”고 밝혔다.

파월 부사장에 따르면, 메이요 클리닉은 병원이 보유한 방대한 병리학적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과 이미징 오픈소스 의료AI 플랫폼 모나이(MONAI)를 활용할 예정이다. 아이큐비아는 엔비디아의 AI 파운드리를 사용해 임상 연구를 가속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일루미나는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기술과 AI 플랫폼을 사용해 인간 유전체에 대한 분석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그는 “일루미나와의 파트너십은 차세대 유전체학을 활용해 신약 개발과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엔비디아는 지역별 인구 특성을 반영해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이날 공개한 데이터 구축 지역을 보면 아시아 국가는 중국과 일본만 포함됐다. 엔비디아는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와 앙상블 게놈 브라우저 등에 있는 오픈소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데, 한국 데이터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파월 부사장은 “우리의 최종 목표는 의료 영상, 병리학, 건강 기록, 웨어러블을 포함한 인간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협업이 신약 개발과 진단 의학 분야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PM 2025./로이터통신

엔비디아는 지난해 공개한 헬스케어 전용 생성형AI 플랫폼 ‘바이오니모(BioNeMO)’에 단백질 디자인 툴을 추가했다. 생성형 AI가 단백질의 3차원(3D) 모델을 만들면, 추론과 논증에 특화된 AI가 단백질 간 최적의 결합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챗GPT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규칙을 대량 학습했다면, 바이오니모는 ‘아미노산 서열과 단백질의 구조’라는 언어를 학습했다. 이를 통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단백질 서열을 생성하는 등 치료용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월 부사장은 “가속 컴퓨팅과 바이오 데이터로 무장한 AI가 헬스케어를 최대 기술 산업으로 바꾸고 있다”면서 “단백질 기반 치료제는 인슐린에서 항체에 이르기까지 안전한 치료법으로 의학을 혁신했지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AI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 과정은 타깃 발굴과 스크리닝(거르기), 물질 최적화, 독성실험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임상 1~3상에 진입한다. 보통 타깃 발굴부터 독성 실험까지 4.5~10년이 걸리고, 임상부터 허가까지 6~8년이 소요된다. 후보물질 발굴과 물질 최적화 등을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데 AI가 이를 대신하며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