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두아토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최고경영자(CEO)./존슨앤드존슨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최고경영자(CEO)가 첫 국산 항암제인 ‘렉라자’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호아킨 두아토 J&J CEO는 13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에서 열린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은 시장에서의 잠재력이 저평가된 약물”이라고 밝혔다.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유한양행(000100)이 2018년 J&J 자회사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국산 항암제다. 얀센의 폐암치료제인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으로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얀센의 리브리반트는 고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MET)를 동시에 목표로 한다. EGFR와 MET 모두 고형암의 세포 성장에 관여해 암세포가 증식하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렉라자는 이러한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으로 EGFR·MET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을 막는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인 EGFR 변이다. EGFR 변이 폐암은 5년 생존율이 20%도 되지 않는다. 특히 아시아인 비흡연 환자에서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렉라자가 이들 EGFR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로 꼽히는 이유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3세대 폐암신약 '렉라자'.

두아토 CEO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이 기존 치료법보다 높은 효능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기대수명이 3년인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1년 이상 연장하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이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라고 말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표준치료법으로 쓰이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약 3년이었는데,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4년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J&J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연매출 목표를 7조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J&J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의 리브리반트를 피하주사(SC)로 투여할 수 있도록 FDA 허가 심사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허가를 받게 되면 5시간 이상 걸리는 항암제 투약 시간이 단 5분 이내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렉라자는 연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두아토 CEO는 “현재 피하주사 제형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며, 허가될 경우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결국 1차 치료제의 표준이 될 것”이라며 “EGFR 변이를 가진 두경부암·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