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에 침투하는 에이즈 바이러스. /한국화학연구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환자가 백혈병 치료를 위해 조혈모세포(줄기세포)를 이식받은 뒤 완치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보고된 세 번째 사례다.

독일 뒤셀도르프대 의대 연구팀은 “‘뒤셀도르프 환자’로 불리는 53세 남성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뒤 4년간 관찰 끝에 HIV 감염을 물리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17일 발표했다.

뒤셀도르프에 사는 이 환자는 지난 2008년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1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아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2012년 재발했다. 의료진은 2013년 암세포를 포함해 환자 골수에 있는 혈액 줄기세포를 화학 요법으로 제거한 다음 기증자로부터 받은 세포로 대체했다.

연구팀은 기증자가 보유한 CCR5 유전자의 돌연변이(CCR5 델타32)를 가진 줄기세포가 치료에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인체 면역 체계를 손상하는 HIV는 백혈구 표면에 위치한 단백질수용체(CCR5)를 통해 백혈구로 침투한다. 전세계 백인의 1%는 CCR5 변이를 보유하고 있어 HIV 침입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는 친척이 아닌 기증자로부터 줄기 세포 이식을 받은 지 거의 10년이 됐고 HIV 치료를 중단한 지 4년이 넘도록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비에른 옌센 뒤셀도르프대 의대 교수는 “기능성 있는 바이러스가 현재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독일 50대 남성 외 다른 두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HIV 완치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골수 이식은 위험이 따르고 약물 치료로도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어 HIV 단독 치료로 잘 활용되지는 않는다.

참고자료

Nature Medicine, DOI: 10.1038/s41591-023-02213-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