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빌딩이 신규 공급 빌딩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공실률은 오히려 전 분기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공급 빌딩의 공실이 대부분 ‘준공 전 선(先)임차’가 끝난 상태로 나오면서 공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떄문이다. 이미 하락기에 접어든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과 다르게 우리나라의 오피스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프라임급 오피스에 대한 ‘대기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7일 부동산 컬설팅 업체 ‘컬리어스’가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 오피스 임대차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의 평균 공실률은 1.7%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0.4%p 하락한 수준이다.
각 권역별로보면 여의도를 제외하고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도심권역과 강남권역 각각 1.1%p, 0.1%p 줄었다. 여의도는 0.6%p 늘어났는데, 다른 지역들의 공실률 감소로 서울 전역 공실률은 감소했다.
이번 분기는 여의도 권역에 앵커원빌딩이 신규로 공급됐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공실률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앵커원빌딩의 연면적은 약 1만7000평이 넘는데, 이 같은 대형 오피스 공급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서울 오피스 공실률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원인은 ‘선임차’에 있다. 오피스 빌딩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준공도 전에 건물을 임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앵커원빌딩에는 유안타증권과 유플러스의 임차가 확정돼 이미 60% 이상 선임차가 완료된 상태다. 신규 빌딩 선임차는 이미 내년까지 완료된 곳들도 있는데, 내년 1분기 공급 예정인 여의도 TP타워는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및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이전 예정으로 약 90% 선임차가 완료됐다.
최근에는 공실률이 계속 낮아지자 자산운용사가 기존 중소형 빌딩을 매입해 신규 오피스로 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강남권에서 이런 사례 많이 보이는데, 이지스 자산운용은 2024년까지 강남역 부근 백암빌딩 사이트에 지하 5층~지상 17층 연면적 8183평 규모의 오피스를 개발 예정이다. 마스턴투자운용도 강남역 부근에 2024년 하반기 센터포인트 강남을 8174평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 컬리어스 보고서는 “규모는 다른 빌딩에 비해 작지만 강남역 부근에 공급되는 신규 오피스가 워낙 없다 보니 관심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오피스 시장에 이처럼 공급이 부족한 이유는 주요 지역 오피스 ‘대기 수요’가 계속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기 수요는 이미 이전부터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이 있거나 공간을 필요로했던 기업들의 수요를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해외와 달리 우리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기존 수요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공간을 축소해 임대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 때문에 상황이 급격히 안좋아졌는데, 우리나라는 낮은 재택근무 전환율로 오피스 임차 수요도 거의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장현주 컬리어스 이사는 “스타트업 증가율이나 테크 기업들의 확장 수요가 크게 는 것은 아닌데, 이전부터 사업 확장으로 공간을 필요로했던 IT기업들의 대기수요가 여전히 있고 그 수요를 받쳐줄만한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특히 경기를 타지 않는 A급 오피스들은 이탈 수요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했다.
이어 “또 우리 기업들은 어느정도 재택근무가 시행돼도 직원들이 나와서 일할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임차 공간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