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1차 전용 196.21㎡(64평·9층)가 지난달 18일 80억원에 실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 직전 거래는 지난해 3월31일로 당시 실거래 가격은 64억원(11층)이었다. 약 10개월여 만에 가격이 16억원이 뛰면서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2.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68.65㎡(20층)는 지난 1월 20일 60억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면적 4층이 지난해 8월 49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개월새 10억5000만원이나 껑충 뛴 셈이다.

서울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지만 강남 대형 아파트 값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이어지는데다 올해 풀리는 토지보상금의 종착지도 강남 대형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전국 집값이 조정을 받아도 강남 대형 아파트 소유주들은 호가를 점점 높여 부르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13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뉴스1 제공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택 거래가 뜸해지고 서울 집값도 상승세를 멈췄지만 강남 대형 아파트의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일단 호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의 대치 우성2차의 경우 전용면적 169㎡짜리 매물은 전혀 없고, 전용면적 133㎡ 주택의 매물은 딱 하나다. 호가는 42억원으로 작년 12월 9일 기록한 신고가와 같다.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정이 가능하다면 1억원 내외일 것”이라면서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그만인 매물”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 대형 평형 분위기도 비슷하다. 반포자이 전용면적 244㎡ 호가는 69억원. 지난해 8월 기록한 신고가(65억원)보다 4억원 높다. 반포동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에 전용면적 59㎡짜리 두세채를 갖고 있는 것보다는 180㎡짜리 한 채를 갖고 있는 편이 세금 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대형 평형 한 채만 갖고 있자는 분위기”라면서 “전에는 내 집 하나, 시세 차익용 집 하나, 월세 수익용 집 하나를 갖고 있으라고 조언했지만 다 옛날 얘기”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워낙 세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는 무거운 보유세를 부담하는데다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율도 중과를 적용받는다. 현재 규제지역 2주택자에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서 20%포인트, 3주택자에는 30%포인트 세금을 더 매긴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일반 2주택자까지는 1.5배 세부담 상한을 적용하고, 3주택 이상자(조정지역 2주택 포함)는 3배를 적용한다.

일각에선 최근 주택경기가 움츠러들고 있는 만큼 강남 3구의 대형 아파트의 호가도 점차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반포동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월 대선만 끝나면 지금과 같은 규제를 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면서 “양도세 중과 등을 조금만 손질해주면 다주택자들이 곳곳의 주택을 팔아 ‘똘똘한 한 채’를 매수할 것으로 보고 있어 호가 내리기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올해 전국에서 풀릴 토지보상금도 이들이 집을 쉽게 팔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토지 보상이 예정된 사업지구에서 풀릴 토지보상금은 30조5628억원 수준이다. 공공주택지구, 도시개발사업, 산업단지, 연구개발특구·투자선도지구 등 총 92곳, 면적 기준 61.83㎢가 토지보상 대상이다.

대토보상 제도가 있지만, 하남 교산지구나 인천 계양지구 대토보상 계약률을 감안하면 시중에 풀리는 토지보상액은 27조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지역의 대토보상 계약률은 하남 교산지구의 경우 12%, 인천 계양지구의 경우 10%에 불과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보상액의 대부분은 부동산으로 회귀한다”면서 “주택시장으로 흘러간다면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의 똘똘한 한 채나 용산, 성수, 한남 등지의 고급 주택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반포동의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중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가격을 조정하려고 하면 소유주들이 토지보상금 곧 풀리는데 지금 꼭 팔 필요 없다고 이야기한다”면서 “다른 고급주택이나 꼬마빌딩을 매수해야 해서 꼭 팔아야 하는 사람들 말고는 호가를 내려 팔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 한동안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