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급증했던 외국인의 토지 거래가 올해 들어 다소 주춤해진 모양새다. 지난 1~4월 외국인이 거래한 국내 토지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줄었다. 최근 외국인과 법인 등 투기 수요 유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던 경기도에서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월별 외국인의 순수토지(건축물 제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네 달 간 전국 토지 382만2000㎡(115만6155평)의 땅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의 매수와 매도 등 토지 거래를 모두 합한 수치다. 외국인은 한국에서 부동산을 매입할 때 허가대상, 외국환 거래법에 따른 신고 등을 제외하고 내국인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 취득할 수 있다.
올해 1~4월 외국인이 거래한 국내 토지 면적은 작년 같은 기간(1~4월) 거래 규모(면적 628만㎡)보다 39.1% 감소한 수치다. 또 2019년 동기 거래 면적(503만2000㎡)보다는 24% 줄어든 것이다.
지난 4년 간 외국인의 전국 토지 거래 규모를 보면 ▲2017년 1442만5000㎡ ▲2018년 1838만6000㎡ ▲2019년 1570만6000㎡ ▲2020년 1335만8000㎡으로 면적 기준으로는 2018년 가장 거래 규모가 컸다.
업계에서는 2018~2019년 토지 거래 규모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 이 시기 경기도 토지 시장에 외국인 유입이 활발했던 것을 꼽고 있다. 실제 외국인의 경기도 지역 순수토지 거래 면적은▲2018년 532만8000㎡,▲2019년 662만6000㎡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269만2000㎡로 2018~2019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외국인의 토지 거래 규모가 줄어든 것은 경기도 등에서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기도는 “외국인과 법인이 토지·주택 시장의 큰손이 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했다. 경기도 내 13개시 25개 지구 면적 281.56㎢ 규모가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이는 경기도 총면적의 2.76%에 해당하는 규모임에도 여파가 컸던 것이다.
다만 지역별로 보면 여전히 경기도에서 외국인 토지 거래가 가장 많은 상황이다. 지난 4개월 간 경기도 땅 95만3000㎡(898필지)를 외국인이 거래했고 특히 화성시와 용인시에서 거래가 많았다. 면적 기준으로는 용인시(14만6000㎡·113필지)가, 필지 수로는 화성시(5만7000㎡151필지)가 타지역에 비해 외국인 거래 규모가 컸다.
경기도 다음으로 외국인 거래가 많은 지역(면적 기준)은 충북(58만㎡), 충남(41만㎡), 전남(32만8000㎡), 강원(31만5000㎡)이었다. 그 뒤로 전북(28만7000㎡), 제주도(28만3000㎡) , 경북(26만6000㎡), 경남(24만3000㎡) 순이다.
전문가들은 거래 규모는 줄었지만,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외국인의 거래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화성과 용인은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를 유치한 지역으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등 개발 압력이 큰 곳들”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외국인과 법인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주택 매입 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다만 주택 매수를 동반하지 않는 경우 법인과 외국인도 토지 취득에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가 지난 2월 갱신한 전국 외국인 토지보유 현황 통계를 보면, 순수 외국인의 국내 보유 토지 면적은 2016년 상반기 1163만599㎡에서 2020년 상반기 2041만2074㎡로, 지난 4년 동안 약 75.5% 증가했다. 순수 외국인은 교포나 합작법인, 외국법인, 정부단체 등을 제외한 해외 국적 소유자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이어지는 지역 위주로 외국인의 부동산 매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외국인과 법인의 주택 취득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외국인 수요 유입을 다 막기는 어렵다”면서 “이와 함께 순수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결혼한 이민자로 이뤄진 가족, 교포, 합작법인, 외국법인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도 세분화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