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평택고덕 A-1블록 공공임대주택 계약자들에게 “(아파트 명칭 변경과 관련한) 민원과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평택고덕 A1블록 공공임대주택 투시도와 광고 팸플릿. /LH 제공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26일부터 서류접수를 시작한 평택 고덕 A1블록 공공임대주택에서 이같은 각서를 받고 있다.

각서는 ‘계약 세대는 아파트 브랜드명(센트레빌 NHF)과 관련해 임대 기간 동안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이다. LH는 각주를 달고 ‘임대 기간’은 입주에서 퇴거까지의 10년을 말하며, ‘이의’는 브랜드명과 적용기준 등 관련 사항에 대한 민원과 소송 등 일체를 포함한다고 적었다. 앞으로 10년 동안 단지명과 관련한 어떠한 민원제기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각서 아랫부분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수기로 적고 서명하도록 했다.

이 단지는 평택시 고덕면 여염리 4198-1번지에 준공됐다. 지난 1월 완공돼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LH·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한 리츠(NHF제16호)가 시행사, LH가 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를 맡아 공급했다. 10년 임대 후 주택을 분양받는 조건이다. 단지명은 LH가 리츠 아파트에 붙여온 브랜드인 ‘NHF(National Housing Fund·국민주택기금)’와 시공사 동부건설의 브랜드인 ‘센트레빌’이 합쳐진 ‘센트레빌 NHF’로 정했다.

청약 당첨자들은 계약을 앞두고 서류를 제출하는 시점부터 민원·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것은 “LH의 갑질이자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임대주택 커뮤니티에선 “서류 제출하러 갔더니 다짜고짜 각서를 요구했다”, “각서를 안 쓰면 서류를 안 받아준다며 강제로 각서를 쓰게끔 했다”, “소송할 생각도 없었는데 각서부터 쓰란다”는 등 반응이 나왔다.

형평성 논란도 나왔다. 예컨대 2016년 입주자모집공고를 한 부산명지 B8블록 10년 공공임대주택리츠는 ‘NHF’ 브랜드를 달 예정이었으나, 입주예정자 설문조사를 거쳐 ‘명지스위트팰리스’ 단지명으로 입주(2018년 12월)했다.

앞서 LH가 공급한 아파트들이 일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사(LH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 등으로 조롱받은 일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 3월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H와 휴먼시아는 과거에도 좋지 않은 인식으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놀림감으로 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면서 “(LH 직원 투기 사태 이후) 부정부패와 투기, 사기, 비리, 적폐의 검은 이미지까지 투영된 이름이 되어버렸다. 아파트 명칭 변경을 조속히 시행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단지명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이미 밝혔는데, 미처 확인하지 못한 계약자를 위해 다시 한번 상기하는 목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확인한다는 목적이라 각서에서 확약서로 명칭을 바꿔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상 입주민 설문조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단지명을 정하는데, 이 단지는 공고 시점과 입주 시점이 불과 5개월 차이여서 의견 수렴과 상표권 출원에 드는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단지명을 자체적으로 확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분양단지는 준공 이후 입주민대표회의가 단지명 변경을 추진할 수 있지만, 임대단지는 계약자들이 소유주가 아니라 10년 뒤 분양전환 될 때까지는 단지명 변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약과 입주 사이 기간이 짧은 점과 10년 후 분양전환 단지라는 특수성이 겹쳐 나타난 일이라는 것인데, 아무튼 LH 쪽 사정이라 입주예정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각서를 요구한 데 대한 반발이 크다. 계약자 사이에서는 “죄짓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각서를 쓰라니 말이 되느냐”, “청약 넣었다가 별걸 다 한다”, “아파트 이름에 꼭 임대주택이라는 의미를 담아야 하느냐”, “입주예정자들을 우롱하는 일”이라는 등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