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복귀했다. 윤 전 대통령의 관저 퇴거는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 7일 만이자, 2022년 11월7일 서초동 사저에서 관저로 옮긴 지 886일 만에 이뤄졌다.
◇한남동 관저 떠나며 지지자들과 악수
윤 전 대통령은 오후 5시10분쯤 한남동 관저에서 검은색 밴을 타고 나와 차에서 내렸다. 이후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 향해 다가와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포옹하기도 했다. ‘자유대학’이라고 써 있는 야구잠바를 입은 학생들 10여 명에게 악수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은 감격한 듯 울먹였다.
이날 관저 앞에는 태극기 깃발을 들거나 ‘윤 어게인’ 팻말을 든 지지자 수십명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인사를 마친 윤 전 대통령은 차 안에서도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며 서초동 사저로 떠났다.
윤 전 대통령은 사저로 출발한 직후,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한남동 관저에서 세계 각국의 여러 정상들을 만났다”며 “우리 국익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이어 “지난 겨울 많은 국민들, 그리고 청년들께서 자유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주셨다”며 “추운 날씨까지 녹였던 그 뜨거운 열의를 지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했다.
◇ 참모진과 작별인사... “비상조치로 자유·주권 인식 ‘다행’"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관저를 떠나기 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수석 및 차장급 이상 참모진과 20여 분간 별도로 인사를 나눴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를 끝내지 못해 아쉽다. 모두 고생이 많았다. 많이 미안하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했다. 이에 정 비서실장은 “강건하시길 기원한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원들과도 작별 인사를 나눴다. 직원들은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영원한 나의 대통령, 따뜻한 리더 윤석열’ 등 플래카드를 들고 배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200여 명의 직원들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환송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우리가 취임 이후 국가 발전을 위해,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며 “비상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감정을 수습하고 그만 울고 자유와 번영을 위해 더욱 힘써달라”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도착... 경호 받아
윤 전 대통령은 오후 5시30분쯤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도착했다. 마침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은 큰 목소리로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을 외쳤다. 정치권에서는 친윤계 윤상현 의원과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현장에 나왔다. 김건희 여사는 주민들에게 노란색 꽃이 든 꽃다발을 받았다.
대통령경호처는 사저 경호팀 편성을 마쳤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앞으로 최대 10년까지 대통령경호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5월 윤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당선인 신분으로 6개월 가량 머문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경호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호팀 인원은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지만 역대 대통령 사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경호에 위해요소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관용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다만 사저가 단독주택이 아닌 주상복합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반려견·반려묘 11마리를 데리고 복귀했다는 점에서 ‘제3의 장소’를 물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