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호처 소속 경호관들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영장 집행 불발 이후 경호처장이 사표를 내고 내부 분열 양상이 실시간 보도되면서, 지휘부의 강경 방침이 힘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1차 집행 때와 다르게 집행을 적극적으로 막는 인원이나 경호처 직원들은 없었던 상황“이라며 ”물리적 충돌도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새벽 한남동 관저로 진입한 경찰과 공수처 수사관들은 버스 차벽으로 구성된 1·2·3차 저지선을 순조롭게 통과했다.
1차 저지선에선 사다리를 이용해 버스를 넘었고, 2차 저지선은 버스 차벽을 우회해 통과했다. 3차 저지선에서는 철문 옆 초소를 통해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또 일부 경호관들은 관저 내 대기동에서 머물거나 휴가를 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차 집행 당시 경호처의 대응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당시 경호처는 관저 입구 바로 앞에 버스로 1차 저지선을 구축했다. 경호처에 배속된 수도방위사령부 군 병력들까지 합세하면서 현장 긴장감이 높았고, 수사팀이 경호처 직원 및 군 병력 인원들과 30분 이상 대치하기도 했다.
특히 공수처 추산 200여 명의 인원이 팔짱을 끼는 등 스크럼을 짜고 강하게 저항하며 수사팀 진입을 저지했다. 결국 공수처 검사 3명이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측 변호인을 만나 체포영장을 제시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달라진 배경에는 경호처의 ‘내부 균열’ 양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언론을 중심으로 내부 분열상이 연일 터져나왔고, 경호처장 직무대행인 김성훈 차장은 언론 등 ‘외부 접촉 금지령’까지 내렸다. 지휘부가 이른바 입단속까지 나서자 상당수 실무진 사이에서 반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경호처는 표면적으로 강성지도부들이 장악하고 있는 건 맞지만, 수면 아래로 부장급, 과장급에서는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는 제보가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여기에 공수처가 경호관들을 상대로 ‘영장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입간판을 세워 놓는 등 심리적 압박을 줬다는 점도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새벽 “대한민국의 질서와 법치주의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물리적 충돌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경호처가 2차 집행까지 막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라고 판단, 적극적으로 수사팀을 방어하지 않는 등 ‘저지 수위’를 한껏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경호 대상이 체포영장 집행을 당하는 상황을 경호처에서도 헌정사상 처음 접했기 때문에 영장집행 행위를 경호대상에 대한 ‘신체적 위해’로 볼 것인지, ‘합법적인 공권력의 행사’로 볼 것인지 오랫동안 고심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경호처가 ‘개인 윤석열을 보호하는 경호처로서 전락해서는 안 되겠다’라고 고민한 결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호처는 대통령경호에관한법률에 의거해 여전히 대통령 신변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파면 결정을 받더라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경호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2017년 3월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모든 예우를 박탈당했지만 경호는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