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8년 만에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합의 처리했지만, 정치권의 여진은 커지고 있다. 3040 현역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가 하면, 여권 잠룡군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대가 연금 혜택까지 독점하고 젊은 층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겁한 야합에 맞설 정치인 간 연대가 절실하다”면서 여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에게 연금개혁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들 모두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했었다.
이 의원은 “개혁신당은 당론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 표결을 했지만, 세 석에 불과한 외침만으로는 야합의 덩어리진 관성을 이겨낼 수 없었다”면서 “열거된 세분 외에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함께해달라”고 했다. 또 “거대 양당 다수가 야합한 상황에서 과거 이견이 있던 사람들이라고 해도 손을 맞잡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與野 3040 “청년에 폭탄”… 韓 “86만 꿀 빤다”
전날에는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 김재섭·우재준·김용태 의원, 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의원, 개혁신당 천하람·이주영 의원은 국회 회견에서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가능하려면, 결국 ‘언젠가’, ‘누군가’가 그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면서 “마냥 후세대에게 미루게 되면, 결국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폭탄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향후 구성될 국회 연금특별위원회 과반을 3040 의원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연금 수령자가 내는 ‘연금소득세’ 징수액을 국민연금에 자동투입하는 방식으로 국고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같은 날 SNS에 “바로 연금을 더 받는 86세대는 꿀을 빨고, 올라간 돈을 수십 년 동안 내야 연금을 받는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적었다. 연금개혁안에 기권표를 던졌던 안철수 의원도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면 3대 연금인 공무원·사학·군인 연금까지 다 개혁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야 지도부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한 법이어서다. 국민의힘 내 친윤계 일부가 반발하긴 했지만, 이역시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특위 차원에서 구조개혁 논의를 하되, 기존 합의를 뒤엎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내는 돈’은 천천히, 받는 돈은 내년부터 즉각 인상
지난 20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내는 돈)를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현행 41.5%(2028년엔 40%)에서 내년부터 43%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모처럼 국회가 일을 했다”며 호평했지만, 야당 내부에서도 “청년에게 부담과 책임을 떠넘긴 합의”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경기지사도 “미래세대에 더 많은 부담과 책임을 떠넘긴다”며 “과락을 면할 60점짜리”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