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에 힘쓰겠다고 4일 강조했다. 의료계의 숙원인 ‘의료사고 부담 완화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며 현재 중단된 여·의·정 협의체 재참여도 호소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토론회에 참석해 소송 리스크, 전공의 처우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료계 요구를 전해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의료소송 면책 특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의료개혁 일환으로 정부는 ‘의료인 사법 리스크부담 완화’를 위해 모든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특례법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의료행위에 대해선 형사처벌을 최소화해 주는 특별법이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의료계 저항을 최소화하는 ‘협상 카드’였다.
당 지도부는 이날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사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는 부분을 법적으로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며 “결정적인 중과실이 아닌 이상 제도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해 가동된 여·의·정 협의체에 다시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료개혁 문제로 정부와 여당이 의사단체로부터 많은 불신을 받고 있고 대화도 잘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 정부·여당은 의료개혁, 의정갈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막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화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했다.
여·의·정 협의체는 장기회된 의정 갈등을 해소하고 의료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11일 출범했다. 협의체에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방안 등 일부 접점을 찾았으나, 의정 갈등의 핵심 쟁점인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해 12월 1일 활동을 중단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의·정 대화를 재개하겠다며 ‘수련 특례’와 ‘입영 연기’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전공의들을 향해 현장 복귀를 요청했지만, 협의체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토론회에선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해 과도한 근무시간 등 문제 해소 방안도 논의됐다.
권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재들이다.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전공의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될 환경을 마련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전공의 수행이 단순한 근무가 아니라 양질의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전문의 출신’ 서명옥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결들을 종합해 법안 발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수련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책임 소재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