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정부와 국회, 여야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국정협의회가 열린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반도체특별법 ‘고소득 연구직 주52시간 근무 예외 적용’, 연금개혁 등에 대해 여야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정(국회·정부) 국정협의회 2차 실무협의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곽현 국회의장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강명구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는 20일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연다.

여야는 그간 추경과 반도체특별법, 연금개혁 등 주요 의제에 대해 ‘합의 수준’의 협의를 목표로 실무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여야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협의회 개최가 지지부진해지자, 국정협의회를 일단 열고 각 대표들이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정협의회가 열리게 됐지만, 여야가 절충점을 마련해 성과를 낼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우선 추경에 대해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여야는 내수경기 회복 등을 위해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목표로 하는 추경 규모와 항목별 내용에서 이견이 첨예하다.

민주당은 총 34조7000억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른바 ‘소비진작 4대 패키지’ 분야에 18조원을 집중 투입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으로 13조1000억원 편성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국민 1인당 25만원을 소비 쿠폰으로 지급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족에는 추가 10만원의 지역 화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 편성 원칙으로 ‘내수회복, 취약계층 지원, AI를 비롯한 산업·통상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요구하는 ‘지역화폐 지급’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지역화폐에 재정을 투입했지만 학원·병원 등 일부 업종에 혜택이 집중되는 등 효과가 미미하다고 본 것이다.

그 대신 추경으로 ‘소상공인 핀셋 지원’ 차원에서 신용카드 캐시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상공인 업종에서 사용 금액의 10%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도록 하면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용카드 캐시백 제도를 언급하며 “매출액 일정 금액 이상의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타겟으로 하는 것”이라며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한 방안을 연구 중에 있고 본격화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을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역화폐 민생 지원금으로 추경 편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예산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생회복 지원금 혹은 소비쿠폰은 내수 상황을 봤을 때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내수 진작에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이 부분을 조정할 수도 있다. 정부와도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쟁점인 반도체특별법과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여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자 주 52시간 근로 제한 예외)’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타 업종과의 형평성 논란 등이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을 통해 차분히 논의하고, 우선 여야 이견이 없는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반도체 특별법에서 주52시간 근로자 예외 허용 규정을 빼면 특별법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52시간 예외 적용이 반도체 산업에만 특별히 적용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있다”며 “(전체 업종의) 연구개발직에 한해 예외가 인정될 수 있는지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반도체 업종에만 적용하면) AI업계, 게임 업계는 가만히 있겠나”라고 했다.

연금개혁을 두고도 ‘모수개혁’부터 우선 논의하자는 데는 여야가 공감했지만, 어디에서 논의할지를 두고 힘겨루기 중이다.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로 구성하는 국회 특위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모수개혁을 먼저 처리한 뒤 구조개혁을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