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R&D) 노동자의 최근 2년 간 연장근로 시간이 43만 시간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주52시간 근무 예외 적용(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추진하는 가운데, 야권 일각에선 반도체 기업의 위기가 근로시간과 무관하다는 반발도 나온다. 다만 야당 지도부는 중도 표심을 고려해 관련 토론회를 계획하는 등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17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병옥 한국환경공단이사장에게 전기차 충전 카드를 들어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뉴스1

30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2024년(10월 말까지) 반도체 연구개발 목적으로 총 22건의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승인 받았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노동자의 개별동의를 받아 주 52시간을 넘겨 근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근무일 동안 11시간 연속휴게시간을 보장하거나 1주 24시간 연속휴게시간을 보장하면, 1주 연장근로시간의 한도 없이 3개월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재신청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노동부의 승인에 따라 2023년에 7건(중복 포함 1358명)을 대상으로 19만5552시간, 2024년에 15건(중복 포함 1658명)을 대상으로 23만8752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했다. 이를 합산하면, 약 2년 간 삼성 연구개발 노동자의 연장근무 시간은 43만4304시간이다.

같은 기간 삼성 외 반도체 기업의 특별연장근로 승인은 비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LX세미콘(2024년 1회)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쟁 업체인 SK하이닉스는 특별연장근로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선택근로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다. 2주 또는 4주 간격으로 노동자가 업무 시작 및 종료시각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특정 기간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으나 기간 내 ‘총 근로시간’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용우 의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황을 비교해도 반도체 기업의 위기는 근로시간과 무관하다”라며 “삼성 연구개발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고려하면, 주52시간 예외가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존엄성을 위해 오히려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근로시간 예외 적용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