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독립유공자 후손 찾기 사업 예산을 전임 정부 대비 60%까지 삭감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삼일절·광복절 등 각종 기념사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을 한 사람이라도 더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독립유공자에게 수여하는 훈장·포상 중 약 40%는 후손들을 찾지 못해 돌려주지 못한 상황이다.
조선비즈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입수한 국가보훈처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편성된 ‘독립유공자 후손 찾기 예산’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 연간 1억 안팎으로 편성됐던 예산액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연간 5000만원 대로 떨어진 것이다. 예산액이 최대 60% 넘게 삭감됐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 및 행보와는 정반대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삼일절·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비롯해 각종 기념사 때 언급해왔다.
정부 초창기인 지난 2017년 6월 6일 문 전 대통령은 현충일 기념사에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국가의 예우를 받기까지는 해방이 되고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면서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그 분의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삼일절 기념사에서도 “아직 후손을 찾지 못해 훈장을 드리지 못한 독립유공자도 많다. 정부는 마지막 한 분까지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아직 전해지지 못한 훈장·포상은 7004개다. 지난 1949년 정부가 독립유공자 포상을 시작한 이래 1만7644명에게 수여된 건국훈장 포상 중 아직도 39.7%에 달하는 훈장·포상은 독립유공자 본인 혹은 후손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국가보훈처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독립유공자 포상은 독립유공자 본인 혹은 후손에게 직접 전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 영주귀국 후손 확인(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됐다. 이때 유전자 시료 데이터가 계속 축적되면서 소요 비용이 줄었고 예산도 감축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렇다고 당시 국내 후손찾기 사업을 안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외 영주귀국 후손은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을 위해 해외로 망명 후 귀국하지 못하고 해외에서 거주하다가 이후에야 우리나라로 영주 귀국한 독립유공자 후손을 뜻한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해외 영주귀국 독립유공자 후손이라고 신청한 사람 165명 중 유전자 시료 데이터 작업을 통해 146명을 찾아냈고, 국내 후손 찾기 사업으로 독립유공자 훈장·포상 2512개 중 1516개를 후손에게 전달했다.
한편, 올해 윤석열 정부의 독립유공자 후손 찾기 예산액은 1억4800만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 편성된 최저 예산액인 9700만원과 비교해도 5100만원 증액됐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때보다 약 185% 늘어난 수치다.
이에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기존에 해왔던 해외 영주귀국 후손 확인뿐만 아니라 국내 후손 찾기 사업도 활성화하기 위해 후손 여부를 확인하는 ‘독립유공자 후손확인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하고 국내 후손 찾기 사업 홍보 강화를 추진하기 위해 예산을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가보훈처는 ▲미전수 훈장 전시회 개최 ▲국내외 후손 찾기 안내문 제작·배포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윤주경 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을 기억하고 예우를 다하려는 노력은 ‘명예로운 보훈’의 기초”라며 “정부는 독립유공자의 후손 찾기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된 만큼 이제는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처는 오는 6월부터 국가보훈부로 승격된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이 의결됐다. 이후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직접 서명해 이를 최종 확정했다.
부칙에 따르면 시행 시기를 공포 후 90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훈부의 공식 출범 시기는 6월 초로 예상된다. 이는 1961년 군사원호청이 창설된 이후 62년 만에 ‘부’로 격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