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뉴스1

문재인 정부가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사업’을 남북공동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함께 하자는 요청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남북공동사업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가보훈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북한 또는 중국에 독립유공자 유해봉환 및 실태 조사를 위한 교류·협조를 요청한 사례 16건 중 문재인 정부가 교류·협조를 요청한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

이들 3건 중 북한에 교류·요청을 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남북 공동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사업’ 추진 협조 공문을 주중국 한국대사관을 통해 중국 당국에 보냈다. 중국 측은 안 의사가 황해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중국에서 유해 발굴을 하려면 북한의 협조도 받아오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보훈처는 북한에 관련 사업을 하자는 협조 요청을 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는 당시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가 관련 활동을 위해 8건의 교류·협조 요청을 한 것보다도 적은 결과다. 박근혜 정부 역시 8건 모두 중국에 협조 요청을 했다. 중국을 통한 우회경로로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해외 독립유공자를 찾는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손민균

이 밖에 국가보훈처의 최근 10년간 국외 지역 독립유공자 활동조사 내역에 따르면 2019년부터는 ‘안중근 의사 자료조사’도 사라졌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안중근 의사 자료조사’가 별도로 기록돼 있었다. 2019년부터는 ‘중국·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묘소 실태조사’, ‘러시아 지역 묘소 실태조사’, ‘미국 및 유럽지역 묘소 실태조사’ 등으로 활동한 내역이 기록돼 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안중근 의사를 비롯,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숨져 국외에 안장된 것으로 알려진 독립유공자를 찾는 활동에 들어가는 예산은 윤석열 정부 들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훈처는 2019~2022년 이 활동 예산으로 매년 3억7000만원 안팎을 편성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편성한 예산인 올해 예산은 6억5400만원으로 76% 증가해 편성됐다.

태 의원은 “문재인 정권 5년간 굴종적 대북정책과 중국에 대한 사대 굴종 외교를 행하는 동안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순국한 독립유공자들의 유해는 방치됐었다”며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을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북한에는 단 한 차례도 관련 요청을 하지 않은 건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을 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해당 사업 관련 예산액이 문재인 정부 시절의 2배에 육박하는 만큼, 현 정부가 방치됐던 독립유공자들의 유해발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순국선열들께서 하루 빨리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보훈처 측은 국외 안장 독립유공자 유해봉환·묘소 실태조사 등을 통해 최근 10년간 미국·중국 등 국외 지역에서 독립유공자 묘소 109기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또 국외 지역에 안장된 것으로 보이는 독립유공자 묘소는 미국·중국 등 지역에 약 380여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국가보훈처 측은 “유족 면담과 현지·자료 조사 등을 통해 (국외 안장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조사 및 유해봉환 등) 현황 파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수를 파악하는 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