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루 동안 25원 넘게 하락하며 넉 달 만에 1420원대로 내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상호관세 정책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대비 25.8원 내린 1424.1원을 기록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는 작년 12월 6일(1419.2원)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이날 1428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하락 폭을 키우면서 장중 한때 1423.8원까지 내려왔다. 이후 일시적으로 1430원대로 올라섰지만 오후들어 다시 1420원대로 하락했다.

트럼프 관세정책 혼란에 환율 변동 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한 주 동안 환율은 1420원대부터 1480원까지 60원 넘게 변동하면서 서울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새벽 2시까지 연장된 작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달러화 약세를 따라 환율이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이날 오후 4시 16분 기준 99.27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일 100선 밑으로 내려간 뒤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돈 것은 2022년 4월 이후 3년여 만이다.

달러 약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미국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4월 미시건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57.0)보다 대폭 내린 50.8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예상을 하회했다. 소비심리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급증했다. 응답자들이 예상한 1년 후 인플레이션율은 6.7%로, 198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을 찾아 달러로 쏠렸던 투심은 엔화와 유로화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달러· 환율(달러 당 엔)은 지난달 말 150엔대에서 최근 142엔대까지 내려왔다. 유로·달러(유로 당 달러) 환율도 1.14달러대를 기록하면서 3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간 미국 경제가 좋지 않은 시기에도 안전자산 수요로 인해 미 달러는 강세를 보였는데, 현재는 미국이 기존 동맹국들에도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미 달러에 대한 선호가 약화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혼선 지속에 따른 달러 약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 주요국 통화에 대한 절상 요구가 담겨져 있으면 유로 및 엔화 가치의 추가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