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3월 27일 오전 8시 54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국고채 입찰 담합’ 관련 15개사 금융사 대상 제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PD(Primary Dealer)사 강등 기준 마련에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PD는 국고채 발행시장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국채투자매매업 전문 금융기관이다. 은행·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매년 기획재정부가 선정한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PD 제도를 운영하는 기재부는 입찰 담합에 따른 자격 정지 원칙을 정립하기 위해 내부 논의 중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인근 모습. /연합뉴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0일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NH농협·KDB산업은행·KEB하나은행 등 5개 은행과 교보증권·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 등 10개 증권사에 국고채 입찰 담합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기재부로부터 지정된 PD사 18곳 중 SC제일은행·크레디아그리콜은행·DB금융투자 등 3곳을 제외한 15곳이 공정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여기엔 법인과 딜러 개인들에 대한 ‘검찰 고발’ 의견도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관련 기사☞ 국고채 담합 심사보고서, PD 10여명 檢고발 의견 적시… 제재 땐 자격 박탈)

이번 문제는 공정위 제재로만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현행 규정(국고채권의 발행 및 국고채전문딜러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고채 입찰 시 담합 등 국고채 시장 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PD의 자격을 정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 내용만 놓고 보면, 15개사가 모조리 자격 정지·취소 대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1999년 PD 제도가 시행된 이래 국고채 입찰 담합 행위가 발각돼 자격이 박탈된 전례는 없다. 다만 ‘일정 물량 이상 인수’ 등 PD로서 부여된 의무를 다하지 않아 평가 실적에서 하위권을 기록해 강등된 사례는 있다. ▲2012년 국민은행 ▲2015년 비엔피파리바 ▲2016년 유안타증권 ▲2017년 JP모건·ING의 퇴출이 대표적이다.

그래픽=정서희

‘담합’ 조항이 현실화한 적이 없기에 기재부는 이번에 기준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 가령 검찰 고발 여부 등 이번 심사보고서에 적시된 의견은 향후 수개월 뒤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데, 제재 확정 직후 자격 정지를 논할 것인지의 기준이 필요하다.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만으로 자격을 문제 삼을지도 관건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재를 내리더라도 통상 이런 처분에 기업들이 반발해 항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법원 판단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기다린 뒤 자격 정지·취소를 논하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또 규정은 ‘정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로 명시했지, 의무화한 것은 아니어서 이런 것에 대한 해석도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11년 도입한 ‘PD-PPD(Preliminary Primary Dealer·예비국고채전문딜러) 간 승강 제도’를 통해 매년 3·9월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승격·강등을 위한 평가를 한다. PD사에서 퇴출당하면 그 빈 자리를 PPD사가 메우게 된다. 현재 PPD사로 대기 중인 금융사는 유안타증권·유진투자증권·IBK투자증권·BNP파리바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6곳뿐이다. 최악의 경우 현재 PD사 18곳 중 15곳이 모조리 퇴출당할 수 있다. PPD사들이 모두 그 자리를 채운다 해도, 국채 인수 주체는 현 18곳에서 9곳으로 ‘반토막’ 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