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동향이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개도국의 영향력이 강화돼 기존에 논의되던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이 11년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소규모의 다자간 무역 협상은 진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FTA 추진 동향 및 특징' 보고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입장차를 해소하지 못해 WTO DDA는 협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밝혔다.

DDA는 WTO 153개 회원국이 모두 동일한 무역기준을 적용받는 다자간 무역 자유 협상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획일적인 무역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선진국은 농업분야의 관세를 감축하고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의 양보가 필요하고 개도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추가적인 시장 자유화를 수용해야 한다.

재정부는 "올해에는 미국, 중국 등 주요 협상 참가국들의 지도부 교체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각국은 국내 문제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DDA 협상이 올해 진전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DDA에 대한 대안으로는 소규모 다자협상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이 꼽힌다. TPP는 이해관계가 맞는 소규모의 몇몇 국가들끼리 다자간 무역협정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을 진전시키기가 DDA보다 훨씬 수월하다.

TPP가 대안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 재발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국들이 소규모 다자 무역 개방을 통해 위기 타개책을 찾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경제 대국이 이런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2012년말까지 TPP 협상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수출 규모를 두배로 늘려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대외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도 TPP 협상 전담조직을 구성해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협상 대상 국가들과의 협의와 국내의견수렴을 시작할 계획이다. 여기에 캐나다까지 TPP 협상 참여 의사를 표명, 올해 TPP협상은 전년보다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TPP 협상에 뛰어든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미 우리와 FTA 협상이 맺어져 있다"면서 "한ㆍ미FTA와 한ㆍ중 FTA 등 굵직한 1대1 FTA에 집중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TPP추진 움직임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