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에게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 대형 기술주를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M7)과 레버리지 ETF 등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 이재민 과장·장예진 조사역은 26일 한은 블로그에 게시한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화면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연구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해외주식투자를 급격히 늘렸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잔액은 2019년 말 152억달러에서 작년 말 1161억달러로 늘면서 5년 만에 약 7.6배로 불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는 특히 미국 주식에 집중됐다. 한국예탁결제원(SEIBro)의 외화증권예탁결제 자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의 비중은 2019년 말 58.2%에서 2023년 말 88.5%로 확대됐고, 지난 18일에는 90.4%까지 높아졌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상위 10위 종목은 테슬라와 엔비디아, 애플, 구글 등 M7과 나스닥100 및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일반·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미국 주식만으로 구성됐다.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454억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43.2%를 차지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전반적으로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상위 50위 투자종목에는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 7개 종목이 포함됐다. 레버리지 ETF는 추종지수 수익률의 2배 이상을, 인버스 ETF는 역의 배율을 추종하는데, 이들은 수익 변동성이 커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리스크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한다.

특히 상위 50위 투자종목에 포함된 레버리지ETF와 인버스ETF를 보면, 모두 전체 시가총액 대비 개인투자자의 지분율이 10%를 넘겼다. 일부 종목은 40% 이상을 차지했다. 테슬라·엔비디아 등 인기 있는 개별종목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등 위험 선호 성향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이 같은 투자행태가 지속되면 미국 주식시장이 부진할 때 개인투자자들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S&P500지수는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2기 정부 정책 기대감으로 지난달 19일 사상 최고치(종가 6144.15)를 기록했으나, 이후 관세정책과 기업 실적 악화 우려로 하락했다. 특히 M7 종목들은 작년 4분기 실적이 대체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올해 상반기 실적 전망이 악화됐다.

이재민 과장은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입을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오랫동안 쌓아야 한다”면서 “안정적인 투자 이익을 얻으려면 M7, 레버리지 ETF 등 일부 종목 과도한 편중을 줄이고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