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에 돈을 맡기면 다른 건 몰라도 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습니다. 수익을 많이 못 내는 것보다 싫은게 손실을 보는 경우거든요. 믿고 맡기면 확실히 스트레스는 덜 받아서 좋습니다.”
국내 사모펀드사(PEF)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이하 도미누스)에 자금을 맡긴 한 기관투자가의 말이다. 도미누스는 주식으로 치면 성장주같은 가치주다. 해가 거듭할수록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지만 부침이 있거나 조정을 받은 경우가 없었다.
도미누스는 2011년 설립됐다. 아직 회사가 생긴지 10년이 안 된 만큼 역사는 길지 않다. 하지만 독립사모펀드사로서 몸집을 꾸준히 키워 업계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현재까지 누적 출자 약정액은 1조2718억원으로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 내에서 7번째로 규모가 크다.
또 기관의 의사결정자는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당장 수익을 많이 내길 바라기보다 손실을 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려주길 바란다. ‘대박’보다는 낮은 변동성과 안정적인 실적을 추구하는 도미누스가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이유다.
◆ 물리학도에서 금융맨이 되기까지..‘중위험 중수익’ 전문 사모펀드 세워
정도현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서울 과학고를 졸업해 93학번으로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1990년대 초반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의대보다 물리학과에 들어가던 시절이었다. 입학 후 대학교 1학년 생활을 마친 정 대표는 2학년이 되기 전 군대에 입대했다.
군입대는 정대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군복무 중 이대로 물리학자의 길을 갈 것인가 고민을 했다. 확신이 들지 않았고 본인에게 맞는 길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싶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로 결심했고 정 대표는 제대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군복무를 마친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윌리엄스 칼리지에서 공부를 했다. 미국 교육 시스템상 1학년 때 전공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학문을 접할 수 있었다. 그 때 경제학에 적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했고 이어서 하버드 케네디스쿨까지 졸업해 금융인이 됐다. 미국에서는 뉴욕 도이체방크에서 M&A자문을 맡은 바 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코리아에서 일했고 증권사 사모펀드 운용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지금의 도미누스는 설립 전부터 업계에서 인연을 맺어온 이찬우 부사장, 황지영 이사, 신지혜 이사와 함께 손을 잡고 세웠다. 특히 이 부사장은 정 대표가 2003년 베인앤컴퍼니에 있던 시절 처음 만났고 마음이 맞아 15년 가까이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도미누스는 메자닌펀드에 특화된 사모펀드다. 메자닌은 층과 층 사이의 중간층을 뜻한다. 위험이 높고 수익이 높은 상품과 위험이 거의 없고 수익이 낮은 상품 사이의 중간이라는 의미다. 메자닌펀드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을 통해 투자를 한다.
직접 기업을 인수한 이후 시간이 지나 투자금을 회수하는 바이아웃(Buyout)과 성격이 다르다. 주로 투자 기업에게 성장자금을 공급해주거나 해당 산업을 잘 아는 전략적투자자(SI)를 내세워 컨소시엄으로 공동 인수를 한다.
보수나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안정적이기 때문에 ‘중위험 중수익’이라는 특성이 있다. 도미누스 방식으로 투자를 집행하면 사실상 손실이 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까지 도미누스는 총 32건의 기업 투자를 진행해서 20건을 회수했다. 개별 투자들의 수익률을 단순 평균했을 때 내부수익률(IRR)은 13~14%다.
◆ 신뢰 잃은 KG이니시스의 환골탈태
도미누스는 ‘중위험 중수익’ 성격의 메자닌펀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일선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한다. 모든 투자 건에 있어서 등기이사를 파견하고 투자회사에게 보완할 점이 있으면 직접 도움을 주거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필요한 외부인력을 연결해 준다.
1998년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KG이니시스(035600)는 창업자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를 거쳐 2008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비시스 캐피탈 마스터 펀드(Vicis Capital Master Fund)’의 소유가 됐다.
외국계 사모펀드의 인수 이후 이니시스는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경영방식 때문에 주주들의 불만이 커져갔고 2010년은 순이익까지 전년 대비 감소하며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2011년 들어 주가는 고꾸라졌다.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는 상황 속에서 대주주는 이니시스의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정도현 대표는 이니시스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고 앞으로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략적투자자(SI)인 KG그룹과 함께 손을 잡고 공동 인수에 나서 입찰에 성공하게 된다.
이니시스는 주인이 바뀌고 환골탈태했다. KG그룹이 비용절감과 재무구조개선을 하며 이니시스의 부채비율을 줄이고 이익을 개선시켰다. 다른 한편으로 도미누스는 이니시스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불투명한 경영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IR을 활발하게 했다.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적극적인 소통을 했고 이니시스에 대한 이미지를 점차 바꿔나갔다.
시간이 지나며 KG이니시스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다. 인수 당시 주당 7500원이었던 이니시스의 주가는 1년이 지나 1만5000원이 됐다. 도미누스는 총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2012년 10월 시간외 매매로 처분하며 725억원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 69.3%의 성과를 냈다.
◆ 대표 네트워크와 LP간 시너지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
새로운 투자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행보도 도미누스의 강점 중 하나다. 정 대표는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 동력이 정체됐고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며 “보다 역동성이 살아있는 해외투자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도미누스는 1호 블라인드 펀드부터 해외투자 실적이 있을 정도로 일찍이 해외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도미누스는 2011년 파키스탄 현지 투자회사인 ‘아시아팍’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파키스탄대우고속버스 지분 100%를 640억원에 사들였다. 이 중에서 도미누스는 270억원을 투자했는데 5년이 지나 지난해 3월 340억원에 자금을 회수했다.
2013년에는 이랜드와 함께 미국 신발 브랜드인 케이스위스(K-Swiss)를 인수했다. 이 때 이랜드와 신뢰를 쌓게 된 도미누스는 2년 후인 2015년 이랜드와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스케이트보드화로 유명한 미국의 수프라(Supra) 인수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데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총 4건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대명그룹과 컨소시엄으로 투자한 인도네시아 최고급 리조트 인니리조트가 있다. 업계에서 도미누스는 해외진출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이같은 도미누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은 정 대표의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비롯해서 도미누스에 돈을 맡긴 펀드 투자자(LP)의 인프라가 뒤에서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 대표가 해외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함께 공부했던 동창 중에서 현재 동남아 고위 관료가 된 선후배들이 포진돼있다. 또 상대적으로 동남아에 먼저 진출을 시작한 국내 금융기관들은 도미누스의 LP로 참여하기도 했다. 때문에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거나 기업을 검증하고 시장조사를 하는 데 신속하고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한 번 진출에 성공하고 나서는 현지에 투자했던 회사를 발판삼아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현지 사무소도 세워 파견인력 2명이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 설립 이래 역대 최대펀드 조성…“꾸준히 약속 지키는 모습 보여주겠다”
도미누스는 갈수록 성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안정적인 투자 방식과 기간 내 회수율 100%라는 성과가 입소문을 타며 투자자들이 앞다퉈 도미누스에 자금을 맡기고 있다.
2014년 6월 1950억원 규모로 결성된 ‘엔브이메자닌펀드’는 펀드 조성 이후 2년 6개월 만에 투자금을 모두 소진했다. 엔브이메자닌펀드는 SK해운과 수프라, 대명코퍼레이션, 인도네시아의 인니리조트와 하이론 등 총 8개 기업에에 투자해서 현재 2건은 전액 회수했고, 1건은 부분 회수했다. 회수 기준으로 IRR은 13%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 지난해 중반부터 투자금을 모집하기 시작한 ‘엔브이글로벌코리아메자닌’은 현재 2차 클로징을 마무리한 상태다.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로부터 약 4400억원을 확약받았다. 2차 클로징 기준으로만 해도 도미누스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도미누스는 신규 펀드를 통해 이미 1건의 투자를 완료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운용했던 개별 펀드보다 2배 큰 규모의 펀드를 다루게 되며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며 “한 단계 발전한 자금을 가지고 투자부터 출구전략(EXIT)까지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것, 그동안 추구하고 하지 않았던 일들을 벌리기 보다 우리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신중한 자세로 꾸준하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