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를 동시에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상호관세가 부과된 후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가 상호 관세 조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후 미국과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이달 20~21일 방미 성과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에 실효관세가 ‘0′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미국의 오해를 풀었지만, (비관세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또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미 고위 당국자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면서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된다는 전제하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2일 모든 나라에 전방위적인 관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다만, 지난 21일 “상호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하겠다”면서도 협상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각 국가별 관세가 다르겠지만, 품목별로 세세하게 관세를 달리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대미 수출 물량이 많은 품목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 보고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업종별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예고한 상호관세는 관세뿐 아니라 검역·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도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미 FTA 이행 체계를 통해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지적에 대해 (한국 입장에서) 정당한 근거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 제품이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USTR 측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기업들의 불만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며 “한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안 장관은 이번 방미에서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협의했다. 안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첫 회담에서 민감 국가 문제를 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무협의에 바로 착수하기로 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외교부·과기부·산업부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준비해 왔고, 공동으로 미국과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면서도 “(민감 국가) 시행 전 한국이 목록에서 제외되리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원전, 수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에너지 대화를 재개하는 한편, 이를 국장급에서 장관급 대화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민간기업 중심으로 에너지 포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미국은 64조원 규모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논의할 계획이다. 안 장관은 오는 25일 던리비 미 알래스카 주지사와 만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지난달 일본이 참여 의향을 밝혔고, 최근 대만이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