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신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일시적’임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12일(현지 시각) 보도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곧 세계 최대 무역 흑자국 중 하나인 한국으로 향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무역·경제 분야서 상호이익 추구하면 韓美동맹 격상”

그의 외신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터뷰는 WSJ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는데, 한국 정부로서도 통상 협상 등을 앞둔 가운데 미국 측에 우리 입장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일시적인 대미 무역흑자’를 언급한 것은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 직접투자를 확대하면서 중간재 수출이 늘어났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WSJ는 이와 관련해 “삼성·현대 같은 한국의 대기업이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제공한 인센티브 영향으로 미국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며 “지난 2년간 미국에 그린필드 투자(신규 시설 건설 투자)를 가장 많이 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권한대행은 “미 해군의 부활을 돕기 위해 한국이 조선업계 전문가들이 미국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국이 약속했던 미국 상품 구매 계획을 초과 달성했다는 점도 강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 권한대행은 “한국과 미국이 무역·경제 분야에서 더 균형 잡히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추구해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을 격상시킬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민간 부문과 함께 이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최 권한대행은 “우리의 역사적 입장과 국익을 고려할 때 무역 확대를 저해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유익하지 않을 것”이라며 “멕시코나 캐나다 같은 국가는 한국의 무역 전략에 적합한 벤치마크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접국으로서 상호 간 교역 비중이 큰 멕시코나 캐나다와 달리 한국은 대미 수입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들 국가와 비슷하게 대응 전략을 짤 수 없다는 의미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제73기 졸업 및 임관식 축사를 마친 뒤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행 되고 하루도 못 쉬어”… 대선 출마 얘기엔 웃음 터뜨려

한편 WSJ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 상황에 따른 그의 권한·직무대행으로서의 삶을 조명하기도 했다. WSJ는 “‘서열 3위’였던 그는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대행, 그리고 기존 자신의 직책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까지 국가 최고 직책 3개를 맡고 있다”며 “정부 문서에 각각 세번씩 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40년 가까이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처음 비밀 경호를 받게 됐다”고도 소개했다. 최 권한대행은 “우리 가족의 사생활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말했다. WSJ는 그가 주로 집무실 책상에서 매운 된장국 같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하기에 권한대행 직무가 몇달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에 추후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최 권한대행은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당분간은 제 의무를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