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나라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한국의 적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무관세 쿼터 국가’인 한국이 관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1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현지시각)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모든 나라를 동시에 겨냥한 관세 조치를 예고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이다.
한국 철강 기업의 대미 수출 고객 중에는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많다. 한국산 철강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가전 업계가 연쇄적인 부담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국은 현재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은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도 관세 대상국으로 지정될 뻔했지만, 협상을 통해 물량할당제도(절대쿼터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바꿨다. 수출 물량을 줄이는 대신 무관세 혜택을 받는 해법을 도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고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 송파구 철강협회에서 주출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주미 공관을 비롯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총력 가동해 미국 측 조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이 실질적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 수준에 맞춰 동등한 관세를 매기는 ‘상호 관세’를 예고하고 있는데,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산 제품 대부분에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한미 FTA로 인해 일부 농산물을 제외하고 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돼 있다”며 “한국이 아예 (미국의 관세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관세 조치 기준이 명확히 발표된 것은 아니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