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다음 달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상 계엄 여파로 경기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당장은 금리 인하를 점치는 목소리가 크지만, 미국의 인하 속도가 더뎌지면 한은도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 연준, 기준금리 4.25~4.50%로 동결… 만장일치 결정
연준은 28~29일(현지 시각) 올해 처음으로 열린 FOMC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연 4.25~4.50%로 동결하기로 했다. 작년 9월 금리를 0.5%포인트(p) 내리면서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하 행진도 잠시 멈추게 됐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날 연준은 최근 미국 경제가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실업률은 최근 몇 달간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됐고, 고용시장은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somewhat elevated)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경제가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꾸준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더 오랫동안 정책적 인내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도 금리 동결을 결정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파월 의장은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연속적인 수치를 보고 싶다”고 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결정을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도이치뱅크는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3월에도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씨티은행은 “5월 회의부터 다시 금리인하를 재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은, 2월엔 금리 인하에 무게… “추가 인하 늦어질 수도”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5%p(한국 3.0%·미국 4.5%, 상단 기준)로 유지됐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지난 2022년 7월 처음 미국보다 낮아진 이후 2년 반 동안 금리 역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2월에 발생한 비상계엄 여파로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0%(속보치 기준) 성장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11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 2.2%를 밑돈다.
지난 1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공개된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취합한 것)’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당시 금통위원 6인 전원은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은이 2월 인하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번에는 금리를 내릴 것 같다”면서 “국내 경제를 감안할 때 한은이 인하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FOMC 결정으로 추가 인하 시점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동결은)향후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 및 연내 인하 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 “두 번째 인하 시점이 다소 늦어지거나, 연내 인하 폭이 2회(50bp)로 제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