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 1억3700여만 톤(t) 중 미국산은 2151만 톤을 기록했다.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4789만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미국 오하이오주(州) 오클라호마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수입 원유 중 미국산 비중도 15.7%로,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0.2%에 그쳤다.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비중은 트럼프 1기(2017~2021년) 시기를 거치며 꾸준히 상승했다. 미국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라크를 제치고 한국의 2대 원유 도입국으로 올라섰다.

한국의 미국산 천연가스 도입량과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천연가스 수입국 중 호주, 카타르, 말레이시아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천연가스 수입에서 미국 비중은 2016년 0.1%에 불과했으나, 2021년 18.5%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2022년부터는 미국 비중이 다소 줄었으나,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반값 에너지’ 공약에 따라, 미국산 에너지 가격이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이 미국 핵심 수출품인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공공·민간 분야에서 미국산 에너지 구매 추가 확대를 유도해 미국발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셰일가스 증산을 유도해 ‘반값 에너지’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신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도 지난 15일(현지 시각)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미국산 에너지의 공급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며 “상업용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에너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같은 미국 정치 상황이 한국에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은 미국의 8번째 무역 적자국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78억달러로 전년 대비 10.5% 증가해 역대 최대치였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도 557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인 공약대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다면, 한국은 원유 수입을 늘려 대미 통상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 해동안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173억달러(약25조원)에 달한다.

공공 차원에서는 가스공사가 미국산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추가로 맺을 가능성이 있다. 가스공사는 2028년 이후 도입 물량과 관련한 추가 장기계약 입찰을 진행 중이다. 해당 입찰에는 카타르, 미국 기업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는 전략비축유 중 일부를 기존의 중질유에서 경질유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 원유가 주로 경질유라는 점에서 정부가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지난 8일 새해 업무 방향 브리핑에서 “(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 화석연료 의존이 높아지고, 셰일가스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에너지 기업 입장에서 미국산 가스와 석유 도입 경쟁력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처럼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효과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