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6원 넘게 하락하면서 7거래일 만에 145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적인 수입품에 대해서만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강(强)달러가 누그러진 영향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1469.7원보다 16.2원 내린 1453.5원에 마감했다. 환율 종가가 1450원대로 내려온 것은 작년 12월 24일(1456.4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내린 1460.3원에 개장했다. 개장 직후 1465.2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오전 9시 43분(1459.9원)쯤 1460원 밑으로 하락했고, 오후 1시 41분에는 1449.9원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이후 다시 상승하면서 1453원대로 마감했다.
그간 환율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내 수입품 전체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급등했다. 이 관세정책이 실행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또 미국의 수입물가가 높아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도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명의 익명 소식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좌진이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에 핵심적인 수입품만 포함하는 보편적 관세(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 부과)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와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는 즉각 반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2일 장중 109.53까지 치솟았던 DXY 지수는 6일 108.26까지 내려갔다. 이날도 소폭 약세를 보이면서 108 초반으로 내려왔다.
위험선호 심리도 개선됐다. 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5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25% 상승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7일 외국인이 157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46포인트(0.14%) 오른 2492.10에 마감했다.
다만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WP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면서 관세 부과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공약대로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시장에 재확인시켰다”면서 “달러 강세 재료가 소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도 변수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는 비정상적 국정 운영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한국 CDS(Credit Default Swap·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상승세를 보이는 점은 환율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