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으로 인한 고갈 우려에도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이 석 달 만에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변동성 완화 조치에도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증가하고 운용수익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4년 12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고는 4156억달러로 전월 말(4153억9000만달러)보다 2억1000만달러 늘었다. 작년 10월(-42억800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증가했다.
지난달 잇따라 발생한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6.2원까지 급등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고가 급감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12월말 외환보유액이 오히려 증가하면서 이런 예측이 빗나갔다.
한은은 미국 증시 호조로 인해 미국 채권·주식 운용 수익과 외화예수금이 증가한 게 더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감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에도 불구하고 분기말 효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증가하고 운용수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DXY 기준)는 작년 11월말 106.05에서 지난달 말 108.13으로 2.0% 올랐다. 같은 기간 유로는 1.5%, 파운드화는 1.2% 내렸고 엔화와 호주화 달러도 각각 3.5%, 4.4% 내렸다. 원·달러는 1394.7원에서 1472.5원으로 급등했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 및 정부 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666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월(3723억9000만달러)보다 57억2000만달러 쪼그라들었다.
예치금은 60억9000만달러 늘어난 252억2000만달러, SDR(특별인출권)은 1억8000만달러 줄어든 147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IMF(국제통화기금)포지션은 41억9000만달러에서 42억달러로 감소했다. 금은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였다.
주요국과의 순위를 비교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4154억달러로 9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3조2659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 1억2390억달러 ▲스위스 9251억달러 ▲인도 6594억달러 ▲러시아 6165억달러 ▲대만 578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4495억 달러 ▲홍콩 4251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