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이 이어지면서 대기업 제조업 생산지수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의 여파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114.8(2020년=100)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최대치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산업생산지수는 우리나라 산업의 생산 활동을 종합적으로,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이를 다시 기업 규모별로 구분해, 대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를 산출한 것이다. 2020년을 100으로 해 지수를 작성한 것으로, 생산지수가 110이라면 2020년 월평균보다 10% 생산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주로 반도체·자동차에서 생산이 많이 늘어났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43.9%나 늘면서 역대 최고(1419억달러) 기록을 세웠고, 이에 힘입어 전체 수출도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자동차 수출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1~11월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98.1에 그쳤다. 전년보다 0.9% 줄어든 것으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2023년(-1.3%)·2024년(-0.9%) 등 2년째 감소세다. 대기업 호황과 달리 중소 제조업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줄어든 화학제품과 의복 분야에서 업황이 좋지 않았다. 의복은 작년 부진했던 대표적인 내수 업종이다. 지난해 3분기 가구의 평균 의류·신발 지출(11만4000원)은 전년 동기보다 1.6% 줄면서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소(3.9%)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이 중소기업 제조업 불황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69개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경영 애로사항(복수 응답)으로 내수 부진이 가장 많이(64.6%) 꼽히기도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올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국내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외풍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화 전망이 나오는 고환율 기조는 원자재 가격을 올려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을 더 옥죌 수 있는 요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작년 9월 발표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환차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 격차는 근로자 간 소득 격차로 이어져 더 문제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전체 임금에서 성과급 등 특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0인 미만’ 사업체보다 더 크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대기업의 성과급만 늘면, 역대급 불황을 겪은 중소기업 근로자와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