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과 소비 부진 충격을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직면했다. 금융권에서 1064조원 넘게 빌렸지만, 현재 18조원 이상의 원리금을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잔액과 연체액 모두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29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기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래 최대 기록이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음식점 밀집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이 자영업자 대출 현황은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

전 분기 대비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작년 4분기 0.1%로 떨어져 급증세가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0.3%로 반등한 뒤 2분기와 3분기 모두 0.4%를 유지하며 전반적으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을 종류별로 나눠보면 사업자 대출이 711조8000억원, 가계대출이 352조6000억원이다. 대출 차주별로 보면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3분기 말 현재 754조4000억원으로, 작년 3분기(755조6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177만4000명이 1인당 평균 4억3000만원의 대출을 안고 있었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를 뜻한다.

자영업자의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3분기 말 기준 총 18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2분기 말(15조9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 더 늘면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70%로, 2분기(1.50%)보다 0.20%포인트(p) 높아졌다. 1.70%는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기관이 직접 제출한 업무보고서상 개인사업자대출의 연체율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금융업권별 자영업자 연체율은 ▲은행 0.61% ▲비은행 전체 4.74% ▲상호금융 4.37% ▲보험 1.28% ▲저축은행 11.0% ▲여신전문금융사(캐피탈·카드사) 2.94%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