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이후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의 중장거리 노선 운항 확대를 지원한다.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한 신규 취항 보조금 지원,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 확대도 추진한다.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제주2공항, 새만금신공항 등 국제신공항 조성에 대비해 지방발(發) 국제선 운항을 확대하고, 중장거리 노선을 유치해 노선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11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시흥시 한화오션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항공운송산업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신주를 인수해 기업결합 절차를 마치는 데 따른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이 주로 담겼다.

정부는 통합 항공사 출범으로 약해질 수 있는 LCC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수권을 우선적으로 배당할 방침이다. 그간 대형 항공사(FSC)들이 주로 운항해 온 유럽·서남아 등 중·장거리 노선의 운수권을 추가 확보해 LCC를 중심으로 배분하며 취항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적 LCC 육성으로 항공사 간 경쟁 구도가 형성 됐으나, 향후 통합 항공사 계열의 시장 지배력 증가가 우려된다”며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국적 LCC 운항 확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선의 비즈니스 수요는 기존 중국 중심에서 인도, 베트남 등 신흥 생산기지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국민 소득 수준 개선, 해외여행 경험 증가로 여행 수요 역시 신규 휴양지, 소규모 자유 여행지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변화를 반영해 운수권과 노선을 늘릴 방침이다. 특히 수요가 많은 일본, 동남아 노선엔 LCC가 우선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운수권은 충분하지만 운항이 부족한 아프리카, 중남미 등은 부정기편 운항을 통해 항공사의 취항을 유도한다. 운수권 제약이 없는 항공 자유화 지역도 점진적으로 증대한다. 수요에 따라 자유롭게 증편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항공 자유화란 양 국가 간 횟수와 노선 제한 없이 운항할 수 있는 항공 협정을 뜻한다. 정부는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 호주 등 노선은 항공 자유화를 우선 추진하고, 중국은 수요 변화 추이를 보며 단계적 자유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의 허브 경쟁력 강화 방안도 담았다. 우선 서남아시아의 몰디브, 유럽의 코펜하겐 등 인천공항 미운항 노선을 신설해 동아시아 경쟁공항 대비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한국발 직항편이 없는 노선에 취항하는 국적사는 향후 인기 노선의 운수권 배분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전통적인 동남아-한국-미주 간 동남 환승축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대양주-한국-중앙아시아 등 남북 신규 환승모델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짧은 시간 내 환승이 가능하도록 항공사의 출발시간을 조정하고, 운수권 배분 시 환승객 유치 가능성도 반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독과점 우려가 있는 노선에 대해서는 공정위원회와 협업으로 운임인상 관리, 마일리지 불이익 금지 등 시정조치 이행감독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공정위와 향후 시정조치 이행감독 계획을 구체화하고, 추가 보완 방안 계획을 담은 업무협약(MOU)을 추진한다.

터미널 항공사 재배치도 추진한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제1터미널에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제2터미널에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분산돼 있다. 정부는 통합 항공사의 환승 효율·협력 강화를 위해 2터미널에 모을 예정이다. 이를 비롯한 재배치 계획은 내년 3월까지 세워 내년 하반기 중 실행할 예정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이미 확보된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의 항공사 취항·증편을 지원하고 항공사 보조금 지원 등으로 신규취항 유도한다. 부산-울란바토르, 부산-자카르타, 청주-발리 등 노선이 내년 하반기 취항할 예정이다.

지방공항 신규 취항 시 보조금은 각 지자체에서, 노선별 착륙·정류·조명료 감면은 공항공사에서 제공한다. 정부는 지역별 수요를 고려해 유럽과 서남아시아 등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계획된 신공항 건설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라며 “지역 공항의 운수권 및 슬롯 배분 시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거점항공사 육성을 위한 지원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항공화물 국제선도 확대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과정에서 국가 물류망이 단절되지 않도록 면밀히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자상거래 수요가 증가한 중국 화물 운수권도 현행 주 54회에서 60회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국제선 운항이 급증하면서 항공기 고장·결함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지연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라며 “향후 국제선 확대, 기업결합 과정에서 안전운항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