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A(31)씨는 최근 DVD 결혼 스냅 촬영보다 비용이 저렴한 아이폰 결혼 스냅 촬영을 계약했다. 계약서상 전문 작가가 스냅 촬영을 도와준다고 했지만, 아르바이트 인력을 돌려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해당 작가는 잠적했다.

#2 지난달 24일 결혼한 B(29)씨는 예식 전 17만원을 주고 아이폰 결혼 스냅 촬영을 예약했다. B씨의 결혼식에 오기로 한 작가는 오지 않았다. B씨는 결혼 예식을 촬영 없이 마무리했다. 작가에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환불을 요청했으나, ‘주겠다’고만 할 뿐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3 예비 신부 C(30)씨는 드레스를 고르고 3시간 후 본식 드레스를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계약서상 ‘결정 후 변경이 어렵다’라는 조항 때문에 마음 고생을 했다. 계약서에는 드레스 변경에 대한 사유와 기준이 없었고, 변경 시 교체 비용 등에 대해서도 고지가 돼 있지 않았다.

서울의 한 웨딩박람회를 찾은 예비 부부가 드레스 등 결혼 관련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예식장 및 결혼준비대행업체(웨딩플레너)와 자율가격 공개 협약을 체결하고, 결혼 시장 투명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개별 결혼서비스 관련 사업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격 공개 대상을 웨딩플래너에 국한하지 않고, 결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별 업체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플래너 업체를 끼지 않고 개별적으로 ‘스마트폰 스냅’ 촬영을 예약했다가 노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평생에 한 번일 수 있는 결혼식을 기록하지 못한 것도 상처지만, 환불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드레스 매장에선 대여와 관련한 계약 약관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예비 신랑·신부가 속출하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결혼서비스업에 관한 법률’(결혼서비스법)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결혼서비스법은 결혼식장과 결혼준비대행사업자(웨딩플래너 업체 등)에 대해 사업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개별 스드메(스튜디오·스냅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사업자는 사업 신고 의무나 불공정 약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웨딩플래너가 총괄 계약하는 시장 방식을 봤을 때, 이를 총괄하는 웨딩플래너만 통제하면 시장의 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웨딩플래너를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결혼 관련 서비스가 많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스냅 촬영이나 축가나 연주 등이 대표적이다.

A씨는 “결혼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예비 부부들이 발품을 팔아 스마트폰 스냅 촬영을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행업체에서 고비용의 DVD 스냅 촬영을 제안하지만, 수요가 적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웨딩플래너 업체만 결혼서비스법 규율 대상으로 삼는 건, 결국 정부가 예비부부에게 ‘비싼 결혼식’을 장려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결혼서비스법은 개별 스튜디오·스냅 촬영, 드레스업체, 메이크업 업체는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별 스드메 업체 사업자들의 반발이 심해 우선은 결혼식장과 결혼대행업체를 대상으로 우선 결혼서비스업법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내년 공정위의 결혼서비스 관련 서비스 표준 약관 제정 후 시장의 변화를 우선 분석하고, 추후 법안 대상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이 수도권과 지방의 결혼 서비스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웨딩플래너가 동행하기 어려운 지방 결혼의 경우, 예비부부가 업체를 하나하나 찾아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내년 상반기 지방에서 결혼을 앞둔 C씨는 “수도권의 경우 웨딩플래너와 동행해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며 “이를 악용해 개별업체들이 제멋대로 약관을 만들어 계약 철회나 서비스 변경을 어렵게 하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약관상 환불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도 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정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서비스 관련 계약 시 환불기준을 구체적으로 고지받지 못한 비율은 37.3%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