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내년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인 2.0%에 수렴할 수 있도록 긴축 기조를 충분히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단, 긴축 기조 장기화로 취약부문의 잠재적인 위험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시장에 대한 점검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은은 29일 발표한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내년 4분기 이후에나 목표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뒤 2월부터 11월까지 7차례 연속 동결했다. 현행 기준금리는 2008년 12월 10일(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 해소를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한은은 물가의 흐름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물가와 성장 전망 경로에는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의 파급 영향,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가계부채 누증 위험과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 리스크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시에 한은은 금융시장에 대한 점검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로 취약부문의 잠재적인 위험이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미시 데이터를 추가해 통합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개선하고, 고빈도 데이터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리스크 조기식별 노력도 지속한다.

경제 주체들이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도 마련했다. 내년에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보고됐던 주요 금융·경제 현안 분석자료를 공개한다. 자료는 회의 당일에서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홈페이지에 업로드된다. 단, 업무 효율화를 위해 현재 연 4회 발간하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는 연 2회 작성하기로 했다.

외환부문은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안정화 조치를 취한다. 외국 금융기관(RFI)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내년 7월 중 거래시간을 런던 금융시장 마감 시간인 익일 새벽 2시까지 늘리는 등 구조개선 노력도 지속한다.

금융안정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대출제도도 개선한다. 금융기관의 대출채권을 한국은행 대출의 적격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련 법규 개정을 추진한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금융·경제 상황 변화를 점검하면서 추가 지원 필요성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