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님 MBTI(성격유형검사)가 뭔가요? 유연 근무제 확대는 안 되나요?”
지난 5일 오후 7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MZ세대 젊은 공무원들의 질문이다.
기재부는 직원과의 소통을 늘리기 위한 취지로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15층 구내식당에서 ‘부총리와 함께하는 치맥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이는 추 부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치맥(치킨+맥주) 타운홀미팅이었다.
이날 식당에는 국·과장, 사무관, 주무관 등등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200명 넘게 모여 자리를 거의 꽉 채웠다. 서울에서 국회 일정을 소화하고 온 김병환 기재부 1차관부터 김완섭 기재부 2차관 등 주요 고위직 공무원들도 모두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추 부총리가 직접 직원들의 포스트잇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 직원이 추 부총리의 MBTI를 묻자, 추 부총리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직원이 “ESTJ(경영자형)시다”라고 말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곧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피로도 호소와 근무 시간 조정 등에 대한 건의가 나오기도 했다.
“국회 대기시간이 제발 11시까지로 줄었으면 좋겠다”는 건의가 나오자 추 부총리는 “질문서가 늦게 입수되니까 그거 때문에 일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져 질문서를 빨리 입수해달라는 수요가 있는 것 같다”며 “기조실에서 질문은 밤 11시까지 받아 그 이후는 아침 일찍 하게끔 만들고, 필요한 인원도 최소화하겠다”라고 답했다.
격주에 한 번씩 진행되던 유연근무제를 매주 할 수 있도록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추 부총리는 “유연근무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여러분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방안을 찾아보고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다.
주요 사항 대면보고 때 사무관 배석 의무화 요청도 나왔다. 추 부총리는 “업무를 중심적으로 했던 사무관은 오길 권장하지만 다만 이를 강제로 할 시 과장 이하 사무관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자율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추 부총리는 국정감사 준비 등으로 인해 야근 및 추가 근무, 출장 등을 반복해야 하는 직원들의 수고로움을 이해한다며 해당 건의 사항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제가 오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외상황이 좋지 않아 날밤 새우며 스트레스도 받고 개인 생활 희생도 하는 직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저도 사무관 때 토요일에 출근하고 가정에 돌아가며 힘듦을 느꼈는데 여러분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4년만 더 (부총리로) 일해달라” 등의 애교스러운 요청도 나왔다. 추 부총리는 “본인의 인사 여부는 인사권자가 가지고 있다”면서 “같이 있어 달라는 애정으로 알아듣겠다. 감사하다”며 확답을 피했다. 추 부총리는 내년 총선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추 부총리는 테이블을 돌며 건배를 제안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번 타운홀미팅에는 기재부 소속 직원들만 참석, 치킨과 피자, 무알콜 맥주와 샐러드 등을 먹으며 부서 간 소통을 활발히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엘리베이터나 흡연 장소 등에서 일부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과장급은 사실상 다 나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빠지나. 퇴근 후 행사라니”라는 한탄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재부 직원은 “이 정도면 미니 체육대회 아니냐.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피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