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어서다. 다수 월가 투자은행(IB)들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올해 정책금리는 동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화면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1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이날 연준은 성명에서 “장기적으로 2%의 물가상승률을 추구한다”며 “이런 목표들을 지지하기 위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 전망에도 변화가 있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앞서 6월 전망인 1.0%에서 2.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직전 3.2%에서 3.3%로 0.1%포인트 높였다. 연말 실업률 전망은 직전의 4.1%에서 3.8%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예상대로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매파적(hawkish·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강화했다고 해석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에는 내년 말 예상 금리가 5.1%로 나타났다. 6월 전망치(4.6%)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로 내년 금리 인하 폭이 0.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상승률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라고 언급했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에서는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다. UBS는 “연준은 경제전망과 점도표를 통해 이전(6월) 전망보다 훨씬 오래, 더 제약적인 정책을 설정하기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다만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한 만큼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내년 1분기부터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를 유지하겠다는 매파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도 “제약적인 실질금리, 향후 경제전망 등을 고려하면 연내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3월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점도표의 금리 전망 조정이 매우 매파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미자동차노조(UAW), 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 경제 상황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RBC는 점도표에 찍힌 FOMC 위원들의 엇갈린 전망에 주목했다. RBC는 “향후 금리 수준 전망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전망이 0.5%포인트 상향 조정됐는데, 이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신중한 금리인하 전환을 의미한다”며 “다만 위원들의 예측 범위가 매우 넓어(4.4~6.1%) 향후 몇 달 이후의 금리 수준에 대한 확신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해석했다.

연준이 내년 경제성장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면서 현재 긴축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JP모건은 “내년 점도표 변경도 눈에 띄지만, 성장 전망 상향 조정(1.1% → 1.5%)이 더 놀랍다”며 “연준이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을 예상해 내년에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웰스파고는 FOMC가 경제전망에서 내년 GDP 성장률 전망은 상향, 실업률 전망은 하향 조정하는 등 6월 전망보다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티는 타이트한 노동시장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상회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