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신생아용 침대가 상당수 비어져 있다. /조선DB

정부가 초저출산 해소를 위해 신생아를 출산한 가구에 대해 주거자금 특별저리융자를 제공한다. 공공주택 분양에도 ‘출산가구 특별공급’을 신설해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한국의 초저출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주거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육아휴직 유급 기간을 18개월로 6개월 늘리고, 0세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지급하는 부모급여를 월 100만원 수준으로 30만원 올리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 출산가구 주거안정 사업에 9조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 대비 2조1000억원 증액한 규모다.

기재부는 출산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 ‘신생아 3종 특례’를 신설하기로 했다. 2023년 이후 태어난 신생아(만 3세 미만)가 있는 가구에 대해선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을 저리에 융자해 주고, ‘출산가구 특공’을 신설하는 한편 공공임대주택 입주에도 우선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우선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해선 주택 구매 시 이용할 수 있는 ‘디딤돌’과 전세자금 용도인 ‘버팀목’ 대출의 소득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현행 제도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까지만 디딤돌 및 버팀목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요건을 출산가구에 대해 연 소득 1억3000만원까지 완화할 방침이다.

소득요건 완화로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출산할 경우 최대 5억원까지 시중금리 대비 1~3%포인트(p)가량 낮은 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저리 융자를 통한 이자 경감은 연 1000만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손민균

버팀목·디딤돌 대출 신혼부부 등의 주거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소득요건이 낮아 사실혼 관계여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미혼 자격으로 신청하는 것이 오히려 소득요건 부분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개인으로 신청할 때보다 소득 기준이 1000만원만 올라가는데, 이 같은 낮은 소득 요건은 사실상 맞벌이 부부에게 ‘페널티’가 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혼과 출산 문제의 핵심 해결 방안은 주거 안정이지만, 현행 제도는 오히려 결혼이 페널티로 작용해 출산을 지연시키는 문제가 있다”면서 “신생아 출산가구에 대해선 특례융자 소득 요건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해 맞벌이 페널티를 없애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공 분양 때는 기존의 ‘신혼부부 특공’ ‘다자녀가구 특공’처럼 ‘신생아 출산가구 특공’을 신설한다. 정부는 신생아 출산가구 특공에 대해선 미혼 청년 및 비출산 신혼부부와 경쟁하지 않도록 특별 분양과 임대를 우선 배정할 계획이다.

일-육아 병행을 위해 유급 육아휴직 기간도 연장한다. 신생아를 낳은 부모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했을 땐 아빠와 엄마 모두 육아휴직 유급 기간이 6개월 연장된다. 기존 12개월이었던 육아휴직 유급 기간이 18개월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유급 기간 연장 조건으로 맞돌봄 조건 3개월을 설정한 것은 여성의 육아 부담 완화와 경력 단절 예방을 위한 장치라고 기재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기간도 기존 5일에서 10일로 확대한다. 또 영세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출산으로 인해 유연근무를 하게 될 경우 1인당 월 2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육아로 인해 단축근무를 하게 될 경우 업무량이 늘어나는 동료에 대해선 ‘업무분담 지원금’을 월 20만원 지원한다.

올해 처음 시행한 부모급여 지급액도 내년에 확대된다. 정부는 올해 만0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는 월 70만원, 만1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는 월 35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했다. 내년에는 만 0세 100만원, 만 1세 50만원으로 지급액이 늘어난다.

출산 시 200만원을 지급하는 ‘첫만남이용권’도 둘째부터는 300만원으로 증액해 지급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영아기 2년간 양육비용 지원액이 146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안정적 보육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정원 미달 어린이집 영아반에 대한 보육료를 추가 지원한다. 출생아 수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 해 어린이집이 폐원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어린이집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보육료도 5% 인상한다.

난임 가구 출산 지원 사업도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었다. 임신을 희망하는 가구에 대해선 난임 검진과 시술 등을 신규 지원한다. 가임력 검진비를 1회 지원하고, 냉동 난자를 활용한 보조생식술 지원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