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지만, 내년 전망치는 2.2%로 낮췄다. 올해 1%대로 내려앉은 성장률이 내년에도 소폭 반등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발(發) 부동산 부진 장기화로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성장세가 추가로 약해지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도 각각 1.2%, 1.9%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최악의 경우 성장률이 2년 연속 1%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8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중국 리스크에 “내년 성장률도 2%대 그칠 것”

한국은행 조사국이 24일 발간한 ‘경제전망 보고서(인디고북)’에서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정부,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의 전망치와 동일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4% 성장률은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예상대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2%로 아래로 떨어질 경우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이후 세 번째가 된다.

보고서는 “국내 경기는 소비 회복세 둔화 등으로 성장세 개선 흐름이 다소 주춤했다”며 “하반기에는 중국 회복세 약화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향후 IT 경기 반등, 중국인 관광객 유입 등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기존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중국발(發) 악재, 선진국 경기 흐름, 국제유가 추이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 전망치를 내려잡은 것이다.

나아가 이런 대외 요인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소폭 개선되거나 추가로 꺾일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면서 IT 경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올해 성장률은 1.5%, 내년 성장률은 2.4%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중국 부동산 부진 지속으로 성장세가 추가로 약화’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1.2~1.3%, 내년 성장률은 1.9~2.0%로 둔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보고서는 “부동산 부문의 부진으로 중국 민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중국인 방한객수와 상품수출이 예상치를 하회하면 우리 성장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기후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하면 주요국의 통화긴축이 강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1.3%, 내년 성장률은 2.1%로 소폭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간 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1~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지금의 고(高)인플레이션 시대가 지나면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 구조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최근 비구이위안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연합뉴스

◇ 中 단체관광 재개에 경상수지 흑자 전망 240억달러→270억달러 상향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로 유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2%대에서 둔화 흐름을 이어갔으나,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3.3%)보다 높아진 3.4%로 올려잡았다. 보고서는 “수요측 물가 압력이 다소 약화됐으나,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의 파급 영향이 지속되면서 지난 전망치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70억달러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240억달러)보다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는 연초 수출 부진 심화 등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으나, 2분기 들어 수출 부진 완화, 에너지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흑자 전환했다”며 “하반기에는 중국 단체관광 허용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흑자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단체관광 허용에 따라 중국인 입국자수는 올 하반기 83만명, 내년 138만명씩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올해 1분기 45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가 2분기 70억1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기준으로 누적 24억4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상수지가 246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460억달러로 예상했다.